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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풀 Aug 19. 2022

[이상한 나라의 우영우, 그리고 고래]

지난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마지막회를 보았습니다.


드라마를 보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간략히 내용을 설명해 드립니다.

자폐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 우영우가, 거대 로펌 ‘한바다’에 들어가 다양한 사건들을 맡고 이를 풀어가며 법정에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상한’ 변호사란 말에서, 마블코믹스의 히어로 ‘닥터 스트레인지(Doctor Strange)’처럼 ‘평범하지 않은 인물’, ‘신기한 사람’, ‘괴짜’가 떠오릅니다.

다른 한편으론 ‘비정상인’이란 사회의 고정관념을 헤쳐나가야 하는 장애인의 고단함도 연상됩니다.


낯선 세계에서 방황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처럼, 변호사 우영우는 21세기 대한민국의 모습에 혼란스럽습니다.


그래도 길을 찾습니다.

원칙 중심적인 성격과 권위 앞에서도 돌려 말할 줄 모르는 순박함에 어려움도 겪습니다.

하지만 따뜻하고 지혜로운 사람들과 함께, 상식적이고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이상(異常)한 ‘strange land’가 이상(理想)적인 ‘ideal world’로 변해갑니다.


어려운 문제 앞에 빛나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우영우의 머릿속에 고래가 뛰어오릅니다.

고래는 우영우가 사랑하는 생명체이고, 그녀는 고래들의 사회를 존중합니다.

‘장애를 가진 돌봄의 대상’이란 세상의 편견을 깨고, 누구보다 더 힘차게 날아오릅니다.

드넓은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유영(游泳)하는 고래처럼!

그래서 우영우의 일터인 법률회사의 이름이 큰 바다 ‘한바다’인가 봅니다.^^*


우영우는 고래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도 늘어놓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고래에 그다지 흥미가 없지만, 그녀는 한결같습니다.

가끔은 한숨과 짜증을 유발합니다.


저의 고래는 ‘말뿌리’입니다.

우리는 지식과 정보를 접할 때, 말뜻만 알면 절반 이상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년 넘는 설명맨 생활을 통해 체득한 진리입니다.

우리 세상이 좀더 지혜롭고 즐거워지도록, 더 많이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어원 이야기를 할 땐 눈이 반짝이고 신이 나곤 합니다.


하지만 제가 몰입한 그 순간이, 듣는 이들에겐 무척 부담스런 인내의 시간일 수도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어원에 대한 말을 아껴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고래에 대한 글을 끄적대고 말았습니다.

이것도 병인가 봅니다.^^;;


<어렵게 찾아서 대충 늘어놓는 고래 관련 어원>


- 고래: 머리 위에 숨을 쉬는 ‘골’이 있는 생물


- 경(鯨): 물괴기 어 변에 서울 경 변이조합된 형성문자(形聲文字: 모양소리문자). 서울 경자는 원래 ‘커다란 집’의 상형문자로, ‘고래 경’자는 집채만 한 물고기를 의미


- whale: 라틴어 ‘squalus’에서 유래. ‘커다란 바다 물고기’란 뜻


- 범고래: 호랑이처럼 강하고 사나운 고래(killer whale)


- 돌고래: (크기가)변변찮은 고래. 참고(돌배, 돌감, 돌조개) 틀린 해석이라네요. 돝고래(돼지처럼 생긴 고래: 海豚)에서 왔단 설이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dolphin: 자궁(womb/그리스어 delphys)처럼 생긴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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