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풀 Dec 04. 2022

Mai piu cosi lontano

아마추어 티 팍팍

Mai piu cosi lontano(never again so far away)


“다시는 멀리 있지 말아요.”


1990년대 말 SBS에서 방영했던 예능 프로그램 ‘기분 좋은 밤’의 코너 ‘결혼할까요’에 나왔던 곡입니다.


알지 못했습니다.

이 노래가 이탈리아어란 것도, 안드레아 보첼리가 눈이 불편한 사람이란 것도.

처음 만나 하루 동안 데이트한 남녀가, 인연을 이어갈지 선택하는 순간에 이 노래가 흐릅니다.


군대에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사랑도 연애감정도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들이 조금 더 알아가면 좋겠단 바람에, 괜스레  마음이 일렁이곤 했습니다.


23년쯤 지났나 봅니다.

처음 성악가 선생님을 만났던 날, 이뤄지지 않을 소망을 이야기했습니다.


“저 같은 사람도 열심히 연습하면, 언젠가 안드레아 보첼리의 ‘마이 퓨 코지 론타노’를 부를 수 있을까요?”


선생님이 빙긋 웃으며 대답하셨습니다.


“그럼요.”


네 달 남짓 지난 어제, 선생님의 덕담이라만 여겼던 꿈이 이뤄졌습니다.

낯선 이들이 더 많은 공간에서, 인연이 아니라 여겼던 그 노래를 불렀습니다.

테너의 곡이어서 음을 낮추고, 살짝 호흡 트릭도 썼지만, 제 목소리론 무리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가사도 두어 곳 틀렸습니다.^^


그래도 참 좋았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 같은 공간속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정겨움, 그리고 뜻 모를 설렘이 냇물처럼 가슴 속에 흘렀습니다.


잊지 못할 추억과 자신감을 선물해 주신  선생님, 급작스런 악보 변경 요청에도 매끄럽게 아름다운 연주해 주신  선생님, 떨리는 맘으로 새롭고 즐거운 도전을 함께해 주신 노래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곧 또 소중한 인연으로 다시 뵙길 고대합니다.

https://youtu.be/4j3T005l9WA


작가의 이전글 세월이 가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