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엔 끄적끄적
일요일 오전 마루를 뒹굴대다 보면 나도 모르게 흥얼대는 노랫구절이 있다.
"짜라짜자짜 짜파게티~"
'일요일엔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수십년 동안 듣다 보니 세뇌된 게 분명하다.
짜파게티, 짜장면과 스파게티의 특징을 섞은 융합 식품이라는데, 사실 그냥 짜장라면이다.
농심은 1980년대 초반, 너구리로 시작한 굵은 면발 고급면을 짜장라면에도 도입했다.
1984년 출시한 짜파게티는 기존 짜장라면 대비 54%나 고가였는데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라면 종가를 자부하던 삼양은 위기감에 '짜짜로니'란 미투제품을 출시했지만, 후발주자의 한계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짜짜로니 = 짜장면 + 마카로니', 이름도 짜파게티의 아류다.
하지만 이런 뜻조차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게티와 로니의 간접대결에선 게티가 압승했다.
스파게티란 단어에 대한 친숙함이나 동경이 있었던 걸까?
사실 스파게티처럼 만들기 쉬운 음식도 드물다.
물을 끓여 면을 삶고, 유리병을 개봉해 전용소스를 볶은 후 플레이팅하거나 버무리면 끝.
김치볶음밥만큼이나 간편하다.
그래도 뭔가 특별한 느낌이 들곤 한다.
아마 드라마와 영화와 20대 시절 설레던 연애감정이 오롯이 스며있기 때문인가 보다.
뭐 그렇다고 가슴 시리거나 벅찬 로맨스가 펼쳐졌던 건 아닌데.^^;;
슬슬 밥 먹을 준비나 해야겠다.
앗, 라면이 하나도 없다.
에구, 하필 지금 빗방울이 기관총 탄환처럼 맹렬하다.
"지금 이 순간~ Ma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