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과학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을까?
오늘 아침 신문을 읽다가 과학이란 단어에 눈길이 향했습니다.
무지함이 과학을 발전시켰다는 도서 소개부터,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방법, 우리 주변의 과학까지 과학이 여러 차례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과학이란 대체 무슨 뜻을 가진 말일까요?
우리는 과연 그 뜻을 알기나 하는 걸까요?
그 전에 나의 40년 과학인생(?)을 뒤돌아 봅니다.
글도 깨우치지 못한 네 살 배기 꼬맹이 시절, 로보트 태권V 포스터를 보고 과학자를 꿈꿨습니다.
국민학생 때는 로봇대백과와 유선방송의 일본 만화영화에 열광했지만, 중학생 시절 물상과 생물을 배우며 과학에 대한 설렘은 배신감으로 바뀌었습니다.
고등학교에선 지구과학과 화학에 짜증과 한숨이 밀려왔고, 대학교에 들어간 이후 나이 마흔을 넘기는 동안 의도적으로 과학을 외면하며 살고 있습니다.
설렘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 결혼만큼이나 큰 게 과학인가 봅니다.
그래도 죽는 순간까지 과학이란 말을 듣고 쓰게 될 테니, 뜻이나 제대로 알아보려고 합니다.
과학(科學), 한자로 '과목 과'자에, '배울 학'자로 표기합니다.
이게 대체 뭔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Which is your favorite science?'
"My favorite science is English."
불현듯 중학생 시절의 영어 구절이 떠오르는 걸 보면, 과학이 단순히 화학과 물리만을 얘기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과학이란 말은 본래 동양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과학이란 의미를 가진 영어단어 science는 scissors의 어원에서 왔다고 합니다.
가위로 썰듯 세밀하게 자르고 쪼개 몰입한, '전문적 분야의 학문'이란 뜻입니다.
이 science는 중국이 아닌, 일본을 통해 동양에 보급되었습니다.
일본은 에도시대 네덜란드의 문물을 받아들이며, 난학이란 학문을 발전시킵니다.
네덜란드의 다른 이름이었던 Holland를 발음하기 위해 화란(和蘭)이란 한자를 빌려왔고, 이 화란을 통해 들여온 문물을 연구하는 학문을 난학(蘭學)이라고 불렀습니다.
동양에 없던 개념을 만들기 위해 난학자들은 적합한 용어를 짓는 데 경주했습니다.
그리고 가위로 쪼갠 듯 전문적인 학문 science는 하나의 과목과 분야에 집중하는 '과학'이란 이름을 얻었습니다.
본래 과학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등을 모두 포괄한 단어입니다.
그런데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과학은 신문물, 즉 기술과학에 대한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대한민국 국민은 과학이란 단어에서 로켓과 로봇과 컴퓨터, 실험실의 화학약품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자, 오늘부터 우리는 과학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과학이란 '전문적 학문'이라고 먼저 생각해 봅니다.
더불어 과학의 범주엔 자연과학과 인문과학, 사회과학까지 다양한 분야가 있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과학적인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