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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원 새옹지마

Anyway the wind blows

by 어풀

미원,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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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아직까지 마윈 화장 기사를 볼 때마다 간담이 싸늘해질까~


인민학교 6학년 때부터, 나는 미원 반대 어린이였다.

우리반 내 주변에 앉았던 소녀들은 미원 예찬론자였다.

미원을 넣어야 음식이 맛있는데, 특히 김치에 이 신비로운 msg가루를 넣지 않는 주부들은 미개하단 얘기에 부아가 치밀었다.

우리 엄만 안 넣으셨거든.


강원도 출신인 내게 맛의 고장이라던 전라도 음식은 짜고 늑늑했다.

그래서 해태 타이거즈가 독주하던 시절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했고, 미원과 맛나보다 다시다를 선호했다.

사실 제일제당 광고가 훨씬 세련됐단 느낌도 적잖게 작용했다.


그렇게 16년이 지난 어느 초여름, 난 미원을 만든 회사 홍보실에 들어간다.

7년을 근무하며, 미원을 보호하기 위해 많이도 싸웠다.

미원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과 기나긴 항쟁을 지속했다.

환경운동연합과 소비자시민의 모임이 내놓은 대외발표자료들에 반박논리를 만들었고, 매년 10월 16일 '세계 조미료 안 먹는 날' 무렵엔 비상대기모드에 들어갔다.

어느해 일요일 저녁엔 광화문에 가판신문 보러 갔다가 반바지 차림으로 모일간지 사회부장을 뵙고 항의했던 적도 있다.

반면, 그렇게 선망했던 제일제당과는 수시로 미디어 전투를 벌였다.

삶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건가 보다.


지금 회사에 몸 담은 기간이, 어느덧 대상에서 일했던 기간보다 길어졌다.

난 여전히 청정원 제품을 권장하며, 벗들에게 홍초칵테일을 만들어 대접하고 있다.

그런데 미원이란 단어엔 여전히 착잡함과 걱정이 먼저 찾아온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보다 더 여유로워질 수 있을까?


불현듯, 즐겨 듣던 노래의 구절들이 가슴을 스친다.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Life goes on)

삶은 어찌될 지 모르는 거다.(Anyway the wind bl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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