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런 불안과 절망, 그리고 안도
"형, 왜 그 수업 안 들어와요? 다음주가 시험인데."
모진동 캠퍼스, 오전 수업을 마치고 학관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
우연히 마주친 후배 민규가 걱정스레 묻는다.
"엥? 내가 그걸 듣는다고?"
잠시 멍하니 되새기다 보니, 수강신청 했던 게 떠오른다.
머쓱한 표정으로 수업에 들어갔다.
교수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젠장, 난감하네.
가뜩이나 평점도 검소한데.
"그런데 자넨 어떻게 서른 여섯인데 졸업을 못 했나?"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교수, 안경 너머 치켜뜬 눈으로 시큰둥하게 묻는다.
아, 내가 서른 여섯이구나.
나이 참 많이 먹었네.
이러다가 이번 생 망하겠네.
그런데 뭔가 좀 어색한데?
블라인드 사이로 스민 햇살에 잠에서 깼다.
뭔가 불안할 때면 꾸던 꿈이다.
출석 안 한 수업, 군대 다시 가기, 밤샘 야근까지.
몸도 맘도 추스릴 시간인가 보다.
그나저나 서른 여섯 나이에 여운이 머문다.
지금 나는 마흔 셋, 생기 넘치던 시절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