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 전 오늘, 진급대상자 교육기간이었습니다.
멘토링 수업 중 과학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현대 리더십 교육에서는 추상적인 것들을 배제하고 현실과학적 비교를 많이 활용합니다. 그래서 '양자물리학' 이야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엥, 양자물리학이 뭐여?
입양한 자식이 만든 물리학은 아니겠지?
"모든 물질은 에너지의 파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현상들이 입증이 되며..."
차라리 영어로 설명하면, 맘 편히 잠이라도 자지~
난 왜 이리 무지한지 분석을 시작합니다.
1992년 고등학생 시절 인간수면제였던 물리 선생님 ‘쓰레빠’에 대한 분노가 스멀거립니다.
쓰레빠는, 수업시간 조는 아이들 뺨을 신고 있던 슬리퍼로 가격해서 생긴 별명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나긋한 교수법으로 애들 재우고, 졸았다고 가혹행위를 저지른 당신은 선생쟁이 훗훗훗~
정신세계는 이미 수업 내용과 사별하고, 1992년의 소용돌이에서 트리플 악셀을 시도합니다.
Axel점프는 노르웨이의 피겨스케이트 선수 악셀 파울센(Axel Paulsen)의 이름에서 따왔다지.
제25회 바르셀로나 하계 올림픽 마라톤에서, 황영조는 금메달을 따며 제2의 손기정으로 추앙받았지만, 코치 때 한 짓 생각하니 당신이 인간이냐?
생각의 기차(train of thought)가 칙칙폭폭 질주합니다.
A-ha의 train of thought는 수백 번을 들어도 가사를 못 알아듣겠습니다.
대학입시가 학력고사에서 수학능력시험으로 바뀐다는 정책이 발표됐습니다.
입시과목에서 제2외국어가 빠지며, 일본어시간엔 자습을 하거나 ‘이웃집 토토로’ 같은 만화영화를 봤습니다.
참 따스한 작품이었습니다.
정겨웠던 주제가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립니다.
“토나리노 토토로 토토로~”
"그래서 과학자들은 뇌파 에너지의 활용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는 캐릭터 있죠? 헬멧 쓰고 나오는 유명한~ 아, 거기 노래 부르는 분, 이 사람이 누구죠?"
젠장, 납니다.
과학에 대해 너무나도 미천한 스스로가 수치스러웠지만, 용기를 내 대답합니다.
"크... 크레용 팝이요."
선생님의 동공에선, 지진희와 여진구와 최여진이 후쿠시마 정모에 한창입니다.
"푸핫. 엑스멘에 크레용팝도 나왔었군요. 참 재밌는 답변이었어요. 수업시간에 노래는 자제해 주세요.”
“저, 유머 아닌데요.”
다른 수강생들도 킥킥거립니다.
젠장, 노래는 부리지말걸.
토토로 악랄한 색기!
문과생에게 양자물리학은 위험한 지식인가 봅니다.
양자(量子)의 한자는 ‘헤아릴 양’입니다.
영어 quantum은 ‘얼마나 많은(how much)’를 뜻하는 라틴어 quantus에서 왔습니다.
물질을 측정할 수 있는 최소 단위를 뜻합니다.
영화 007 시리즈의 ‘Quantum of Solace’는 ‘티끌 만한 위로’ 정도일 듯하네요.
[사진설명] 이과 외계인들이 악랄한 무기로 지구인을 공격하고 있다.
원자, 분자, 전자랑 어떻게 구분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전을 읽고 또 읽어 봐도, 버뮤다 삼각지대 유랑기엔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과생 여러분, 감사합니다. m(_ _)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