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서 뒹굴대다가, 우연히 어쩌다 보니 이승환의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을 듣습니다.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듣고 또 듣던 노래.
처음 노래를 마주했던 1991년은, 라디오의 시대였습니다.
TV에선 그를 볼 기회도 드물었고, TV도 없었습니다.
무대는 내 머릿속에서 펼쳐졌습니다.
가난하고 볼품없어 애처롭던 소년이, 닿을 수 없는 사람을 향한 연모의 가슴앓이를 쏟아내곤 했습니다.
목소리는 이승환이었지만, 주인공은 나였습니다.
2021년 유튜브의 시대, 92년과 93년의 이승환 무대를 찾아보았습니다.
풋풋하고 싱그런 스물 여덟 청년이, 아직까지 까마득한 형으로 보입니다.
마흔 일곱 아저씨에게, 이 순간만큼은 열 일곱이던 1991년입니다.
그런가 봅니다.
애틋했던 시절은 그 시간과 사람들을, 그때 그 모습으로 기억하게 만드나 봅니다.
아직 만나지도 못한 사람과의 애달픈 별리.
그 상상이 왜 그리도 아리고 서글펐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피식 웃음이 머뭅니다.
92년 브라운관 속 코러스 누나들의 모습은, 참 풋풋해 보입니다.
지난 기억들은 지금의 내게 특별한 느낌을 선물합니다.
세상에 뿌려진 추억 만큼.
“바람이 불 때마다~ 느껴질 우리의 거리만큼
난 기다림을 믿는 대신 무뎌짐을 바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