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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 검프, 바보 포레스트]

by 어풀

크리스마스 무렵엔 TV에 따뜻한 영화들이 가득합니다.

오랜 세월 홀로 고군부투하던 ‘나 홀로 집에’를, 언제부턴가 ‘포레스트 검프’와 ‘러브 액츄얼리’가 돕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2019년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그린 북(Green Book)도 나오더군요.

지난 연말 OCN무비 채널에서 러브 액츄얼리에 이어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만, 중간 광고 때 잠들었습니다.

며칠 후 포레스트 검프는 눈 부릅 뜨고 지켜봤습니다.


‘포레스트 검프’.

어떤 뜻인지 궁금하게 여겨 보신 적 있나요?

뭐, 그냥 미국사람 이름일 거라고 짐작했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몰랐습니다.

surname인 Gump가 ‘바보’였습니다.

Gump란 성을 쓰는 사람은 영화 밖에선 본 적 없습니다.

personal name인 Forrest는, 숲(forest)처럼 푸르고 너그러운 느낌을 주네요.

‘바보 포레스트’

모자라서 영악하지 못하지만, 선하고 베푸는 마음으로 복을 받는 모질이.


러시아에도 이런 바보가 있습니다.

바로 ‘이반’입니다.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여러 구전이야기를 모아, ‘바보 이반’을 써냈습니다.

러시아 사회의 부패와 모순, 부조리도 어쩌지 못하는 이반의 착한 성공들이 그려집니다.

흔히 톨스토이를 ‘전쟁과 평화’를 집필한 러시아 대문호로 알고 있지만, 용감한 개혁운동가였습니다.

이반을 통해 종교상인, 귀족, 부자들의 패악을 꼬집었던 거죠.


포레스트 검프의 뼈대는 바보 이반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시대는 거칠었지만, 착한 바보들은 세상에 따스함을 전했습니다.

검프의 뜻이 바보란 걸 알았다면, 영화를 보던 시선도 달랐을 듯합니다.


불현듯 번역이 아쉬운 영화가 떠오릅니다.

‘캐리비안의 해적’이 ‘카리브해의 해적’으로 나왔다면, 관객의 이해도는 높아졌을 겁니다.

‘캐리비안 베이’의 명성을 이용하려던 목적에서였을까요?^^


주인공 ‘잭 스패로우(Jack Sparrow)’가 닉네임이란 걸 아는 이도 아주 드뭅니다.

해적들은 ‘백상어 스미스’나 ‘범고래 샤론’처럼 사나운 동물을 별명으로 붙여서 위압감을 높였습니다.

‘참새(Sparrow) 잭’은 이와 상반된 예명입니다.

관객은 이름 하나만으로 겁 많고 수다스런 주인공의 캐릭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참새~ 잭잭~!”


저는 검프처럼 덜 떨어지고 스패로우처럼 소심합니다.

혹시라도 저의 짹짹거림이 영화번역가 선생님들께 전해진다면, 한 말씀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제목 좀 정확히 풀어주세요. 겉멋은 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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