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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의 추억] 두 번째 무식이: 란 선생

2012년 8월

by 어풀

국민학교 5학년 때 우리반 담임선생님은 아주 젊은 여성이셨다.

이름은 란이었다.

우리반을 맡았을 때 나이가, 란초처럼 싱그런 23세에 불과했다.

지금 마흔을 바라보는 내 시각에서 바라보면 참 풋픗하셨다...

세상물정 쥐뿔도 모르실 만큼...


이분한테 참 많이도 혼났는데, 저질렀던 사소한 장난에 비해 돌아온 매질은 엄청났다.

산수시간에 실습용 색종이를 오려 나비가면을 만들었단 죄목으로, 마포걸레(대걸레) 자루로 처맞았다.

우리 학교 개교 이래 마포걸레자루로 맞은 1호 학생이 된 것이다!

매질의 아픔보다 마포자루의 가공할 사이즈에 경악했다.

이후 KBS 1 TV의 가요무대에서 은방울 자매가 '마포종점'이라도 부르는 날엔, 항일독립운동으로 고문 당했던 독립투사 마냥 분노가 치밀어오르곤 했다.


이 순수했던 분은 우리반을 잘 통치한다는 미명 하에 참 다양한 체벌방법을 도입하셨다.

칠판에 다리 걸치고 엎드려 뻗치기, 빗자루로 발바닥 가격, 가마자세 앞으로 나란히...

국민학생이 잘못해봤자 성적 떨어진 것과 숙제 안해온 것 뿐인데, 그게 과연 그런 무식한 가혹행위들의 이유가 될 수 있었을까?


그녀는 행동만 무식하지는 않았다.

어느날 산수시간 백분율을 배우는 날아었다.

우리반 똘똘이 국태가 란선생님께 말했다.

마치 밀도와 비중의 차이를 깨닫고 '유레카'를 외쳤던 아르키메데스 같은 표정이었다.


"선생님, 저 왜 퍼센트가 백분율인지 알았어요. 나누기 표시의 경사진 선에 나눔수 100의 '0' 두 개가 붙은 것 같아요."


란 선생님은 안타깝고 한심하단 표정으로 국태를 바라보며 한 말씀 건네셨다.


"야 이 멍청아, 백분율이라서 빵이 두 개면 천분율은 빵이 세 개야?"


선생님 추종자를 비롯해, 예쁨받기를 갈망한 아이들, 매질을 두려워한 아이들까지 모두가 깔깔거리며 웃어댔다.


3년 후, 중학교 2학년 과학시간에 우리는 바닷물의 염도를 계산하기 위해 천분율 즉 '퍼밀'에 대해 배우게 됐다.

퍼밀의 모양은 순진무구한 란선생이 국태를 망신줄 때 내뱉은 말에 나온 모양과 매우 흡사했다.

백분율을 배웠던 5학년 산수시간에 국태를 비웃었던 아이들은 조금은 창피했을까?

올해 50이 된 란선생님은 이제 천분율에 대해 알고 있을까?

IQ가 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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