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6학년 사회시간,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필리핀, 태국, 타이완 등 동남아국가들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프린트물 시험이 이어졌다.
총 10 문제 중, 마지막 문제가 문제였다.
'중국 남쪽에 위치한 작지만 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교과서에 '타이완'이라고 표기되어 있었기 때문에 우리반 아이들은 대부분 '타이완'이라고 답을 적었다.
선생님께서 뜻밖의 답을 말씀하셨다.
"답은 ‘자유중국’이야. 타이완 다 틀려!"
1987년, 반공 정신과 각하 존경이 창궐하던 시대였다.
냉전시대 대한민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을 국가로 인정 안해 '중공'(중국공산당 = '북한'을 '북괴'로 칭하는 것과 유사한 개념)으로 불렀고,
중공과 대치하는 타이완을 '자유중국'으로 불렀다.
심지어 옆반 선생님은 국어책에 나온 '아이'를 틀린 말이라며 '어린이'리고 읽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박정희 대통령께서 '어린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셨기 때문에, '어린이'라는 말을 써야 바른 어린이라고 강조했다...
애국심의 발정이었나?
답이 틀리자 아이들이 동요했다.
"선생님, 책에 타이완이라고 나와 있는데요."
선생님께서는 차분하게 설명해주셨다.
"타이완은 그 섬의 지명이에요. 나라이름은 '자유중국'이 맞아요!"
자유중국이라고 쓰지 못했던 나도, 이내 선생님을 불렀다.
"선생님, '대만'은 맞나요?"
잠시 생각하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대만은 맞아요."
"타이완은요?"
"틀리다고 했잖아!"
그렇게 나는 같은 답을 쓰고도 유일하게 문제를 맞힌 행운아가 되었다.
선생님이라도 모든 걸 알지는 못했을 거다.
30년도 더 지난 지금도, 나라를 이끌겠다는 인물들이 최저임금이나 대중교통 요금도 모르는데~
* 대만 = 臺灣 = 타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