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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똑똑해지길 바란다면, 중국집에 데려가."

2018년 5월

by 어풀


"아이가 똑똑해지길 바란다면 중국집에 데려가."


"무슨 말씀이에요?"


"공부가 재미 없고 싫어지는 이유는, 배우는 내용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서더라구. 고등학교 시절 '함수'가 어떤 의미인지 문자 해석만 해도, 수학시간이 그렇게 먹먹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랬던 것 같네요. 그런데 중국집은 왜?"


"아이들은 익숙하고 신기한 걸 좋아해.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방법이 있어."


"어떻게요?"


"아들에게 물었지. '지후야, 짜장면이 무슨 뜻일까?'. 예상대로 아들은 맛이 '짜'서라고 대답했다."


"짜장면 어떤 뜻인데요?"


"한자로 쓰면 '작장면'이야. 튀길 작, 장(소스) 장, 국수 면. 장을 튀긴 국수란 뜻이지. 우리나라 짜장은 볶지만, 원래 중국 짜장은 튀겨."


"아아?"


"하나 더. 탕수육의 한자발음은 탕초육이야. 물에 삶은 수육이 아냐. 설탕 탕, 식초 초, 고기 육. 달콤새콤한 돼지고기 요리."

"와, 재밌다!"


"반응이 지금 같으면, 반은 성공이야. 곰보할머니의 두부요리 마파(삼 마, 할머니 파)두부, 고기를 진흙처럼 다진 유니(고기 육, 진흙 니)짜장. 닭고기를 실처럼 얇게 찢은 기스면(계사면)엔 스크래치가 없지."


"형은 그런 걸 어떻게 다 아세요?"


"궁금해서 찾아봤어. 서른 조금 넘었을 때부터, 내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말들을 쓰는 게 수치스럽더라. 그래서 어원을 습관처럼 찾곤 했지. 이젠 십 년도 훨씬 더 넘게 지났네."


"형, 저 이런 얘기 좋아해요. 재밌어요."


"고맙다. 오늘 나눈 얘기가 돈으로 따지면 얼마 정도 될 것 같아?"


"음. 300만원이요. 그만큼 좋았던 것 같아요."


"다 네가 잘 들어준 덕분이야. 재미 없었다면, 3천원짜리 시간도 못 됐을걸. 아무튼 300만원 중 200만원 가치는 네가 만들었다."


"에이, 그건 형님이..."


"나중에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갈 무렵에, 큰아빠가 중국집에 데려가는 거다. 재밌겠다."


"고맙습니다. 저도 기대할게요."


"연애부터 해라. 지금부터 제작해도 형 쉰 넘는다. 쉰 내 나서 우리 조카가 가까이 안 올라."


이런 농담, 저런 잡담마저 정겨운, 5월의 어느 서늘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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