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금요일 저녁, 고객과 협의할 일이 있어 약속장소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인도와 차도가 뒤섞인 좁은 먹자골목길을 걷는데, 갑자기 요란한 굉음과 함께 오토바이가 미친 속도로 질주해 지나갔습니다.
깜짝 놀랐고 겁도 났습니다.
옆에서 걷던 어떤 할머니와 어린 손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할머니가 놀라 울먹이는 손녀를 달래느라, 계속해서 설명을 하시더군요.
우리 어머니와 아이에게도 이러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드니,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마침 오토바이는 바로 앞 치킨집에 섰습니다.
우리나라 1등 치킨집 전용 배달 오토바이였습니다.
해당점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 설명하니, 사과하고 잘 교육하겠답니다.
저런 배달원들은 대체 왜 저럴까 의아해 하다가, 20여 년 전 아르바이트 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군 제대 후 ‘벼룩시장’이라는 지역정보지를 8개월쯤 배포했었습니다.
승합차 조수석에 타서, 200개쯤 되는 배부대에 신문을 꽂고 오는 일이었습니다.
무단횡단을 꽤 많이 했고, 심지어 6차선이나 8차선 도로서까지 무모한 짓을 종종 저질렀습니다.
벼룩시장 아르바이트직원은 빨리 정보지를 꽂고 와야 하고, 그 정도 질서 위반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배포알바들도 그게 맞다는 집단 몰상식이 통용됐고, 누가 더 큰 길을 무단으로 건넜는지 경쟁적으로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혹시 그 배달원들도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닐까요?
“배달 오토바이를 타면, 신호를 어겨도 되고, 사람들이 걷는 좁은 길에서도 요란한 굉음을 내며 질주해도 문제 없다.”
이런 그릇된 고정관념이 상식인 듯 세뇌됐을 수도 있겠더군요.
어제, 오늘 집에서 쉬는데, 배달 오토바이들 소음에 착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대다수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집과 동네에서 고통과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하는지, 경찰이나 행정당국은 계속 이 상황을 방치하는지 야속하게 느껴집니다.
코로나에, 태풍에, 경제위기에, 큰 이슈들이 많은 시기입니다.
그만큼 심각하고 위중하진 않지만, 국민들이 자기집에서 굉음에 시달리지 않고, 안전하게 거리를 걸을 수 있는 권리도 중요합니다.
우리가 당연히 누릴 ‘행복추구권’입니다.
슬기롭고 합리적인 개선이 하루빨리 이뤄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