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22 현지시각 오후 10시, 하늘은 어쩐지 한국 시각(오전 5시)에 가까워보인다.
길다란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스스럼 없이 "where are you from?"을 묻는 사람들(난 일행들과 얘기하고, 밥 먹느라 바빴지만), 낯선 건축외양과 도시의 풍경에 취해 발걸음을 내딛는 저녁. 날짜변경선을 건너 만난 하늘만은 오랜 익숙함으로 다가오는 첫째날이다.
이국에서 보내는 하루는, 그 상황만으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우리가 그토록 여행을 갈망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으리라.
그래도 멀긴 멀더라. 세 편의 영화와 한 권의 책을 다 보고도 남을 정도로 비행시간(총 11시간)이 넉넉했다.
하늘에서 먹은 불고기 쌈밥. 매우 훌륭했다.
당분간 머지막이란 생각 + 선택권도 없어 먹은 김치볶음밥이었는데... #할말하않
정유정의 글은 변함 없었다. <진이, 지니> 역시 지독하게도, 끝까지 생의 감각을 묻는 것을 몰아붙이는 이야기였다. 다만 <7년의 밤>에서 어렴풋이 느끼고 <28>에서 좀더 배어나왔던, 한 가닥의 희망과 그 때문에 많은 것들을 외면했던 사람이 끝내 다시 삶에 충실하는 장면을 좀더 명징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식상한 말들은, 결국 그 말들이 적어도 진실이기에 구전되고 또 구전되어 온 것 같다.
<캡틴마블>은 너무 뻔했다. 이 또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변함 없었다' 아니면 '마블시리즈는...'이라고 해야할까. 워낙 '여성영웅의 시대'를 향한 거센 환호의 파고를 목격해온지라 기대가 컸을 수 있다. <스타 이즈 본> 역시 예상가능했던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OST가 좋았다. <글로리아 벨> 은 기대와 달리 '줄리안 무어는 여전히 멋지다'는 결론밖에 내릴 수 없었다.
어쨌든 이번 출장은 가급적 매일 기록을 남기려고 한다. 기억은 불완전하다. 기록하지 않으면 잊는다.그나저나 아이들은 잘 자고 있으려나...
독일 첫 날, 첫 만찬의 장소
독일식 족발, 슈바인 학세. 푹 익힌 고기를 양배추절임(자우어크라우트) + 매쉬 포테이토와 같이 먹는다.
'후랑크 소세지' 고장에 왔으니 프랑크푸르트 소시지도 먹어야지. 뒤쪽은 독일식 돈까스라 할 수 있는 슈니첼. 송아지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중에 고를 수 있는데 송아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