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어디에서 폭력을 배웠는가?
행운이었다. 우연히 류짜이푸의 《쌍전》을 만났다.
부제는 “삼국지와 수호전이 어떻게 동양을 지배했는가?”였다.
권모술수의 교과서 《삼국지》와 폭력의 제왕 《수호전》—
두 고전은 수백 년 동안 동양인의 감정과 상상력을 길들였다.
류짜이푸는 그것들을 “대재난의 서적”이라 불렀다.
권모술수와 폭력, 배신과 피의 미학이 동양의 정신을 형성한 것이다.
책을 덮는 순간, 나는 문득 또 하나의 ‘경전’을 떠올렸다. 성경.
인류가 가장 오래, 가장 넓게, 가장 깊이 읽어 온 책.
그 속에도 피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구약의 땅은 잔혹했고, 신약의 하늘은 협박으로 가득했다.
대홍수와 도성의 멸망, 전쟁과 몰살,
그리고 지옥, 최후의 심판, 영원한 불의 형벌—
이것은 신의 이름으로 포장된 폭력의 서사였다.
《쌍전》이 술수와 폭력으로 오백 년 동안 동양의 정신을 흔들었다면,
성경은 이천 년 동안 인류의 의식 속에서 폭력과 구원의 이름을 교묘히 바꿔가며 작동해 왔다.
《쌍전》의 인물들이 칼과 계략으로 세상을 뒤집었다면,
성경의 인물들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제국과 교회를 세웠다.
두 세계를 움직인 것은 결국 하나의 욕망이었다 — 지배하려는 욕망.
이 책은 그 욕망의 역사, 그 달콤한 독을 추적한다.
성경을 ‘거룩한 책’이라 부르며 절대화하는 습속을 잠시 멈추고,
그 속에 스며든 폭력과 차별, 배제의 언어를 들여다보려 한다.
거룩하다는 말은 언제나 아름답고 신성하게 들리지만,
그 안에는 ‘구별’과 ‘분리’, 그리고 ‘차별’이 숨어 있다.
거룩은 인간을 위로하기보다 종종 구분하고, 배제하며, 상처 입혔다.
신의 뜻을 말하지만, 결국 인간의 욕망을 실행한다.
독은 언제나 달콤한 술을 닮았다.
신앙의 언어로 입에 들어와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고,
그러나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퍼져 나가며
영혼을 길들이고 양심을 마비시킨다.
그 달콤함이 인간의 욕망과 결합할 때,
폭력은 ‘정의’로, 차별은 ‘질서’로, 배제는 ‘진리’로 포장된다.
그것이 신앙의 언어가 지닌 가장 교묘한 힘이다.
그래서 이 책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거룩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무엇을 믿어 왔는가?
정말 하나님이 원하신 것은 피와 제사였는가,
아니면 사랑과 평화였는가?
성경의 모든 구절이 신의 목소리라면,
그 안에 섞인 인간의 욕망은 어디에 기록되어 있는가?
신의 음성을 가장한 인간의 욕망,
그것이야말로 이 책이 파헤치려는 진짜 신화다.
나는 성경을 모독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성경 — 인간의 피로 쓰인 역사와 그 안에 깃든 신의 침묵 —
그 복잡한 결을 제대로 읽고 싶다.
성경은 단순한 신앙의 교본이 아니라,
인류가 하나님과 싸우며 만들어 온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는 신의 뜻보다 인간의 운명이 더 선명히 새겨져 있다.
이제 우리는 그 이야기 속에서
하나님이 아닌 인간의 그림자를 찾아야 한다.
거룩의 언어 뒤에 숨어 있는 폭력과 욕망의 흔적을 추적해야 한다.
그것이 이 책의 여정이자,
우리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진실의 시작이다.
성경 속의 독은 너무나 선명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보지 못한다.
교회는 말하지 않고, 신앙은 침묵하며, 우리는 외면한다.
이제, 독을 찾아 떠나보자.
그 달콤한 독의 향기 속에서
인류의 오래된 욕망과 신의 침묵이 맞부딪히는 지점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