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흙으로 쓴 신의 이름
성경의 첫 장은 하늘이 아니라 땅에서 시작된다.
에덴의 흙, 땀, 피, 그리고 제사.
그 세계에는 아직 천국도, 지옥도 없었다.
하늘은 침묵했고, 인간은 눈앞의 땅에서
보상과 심판, 정의와 복수를 스스로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구약의 신앙은 하늘의 약속이 아니라,
땅의 질서와 두려움 위에 세워진 믿음이었다.
그 시대의 신은 질투했고, 분노했고, 복수를 명했다.
“다 죽여라.” “남녀노소 가리지 말라.”
그 명령은 신의 정의로 들렸고, 인간의 폭력이 되었다.
흙으로 지어진 인간이 피로써 복종하던 시대,
신앙은 사랑이 아니라 두려움의 문법으로 쓰였다.
그러나 그 피의 기록은 단순한 잔혹의 연대기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하늘의 뜻을 배우기 전,
땅에서 신의 정의를 더듬던 원초적 실험이었다.
구약의 신은 멀리 있는 신이 아니라,
인간의 공포와 염원이 빚어낸 땅의 신이었다.
그는 인간의 상처와 욕망을 거울처럼 비추며,
폭력 속에서도 정의를 찾으려는 인간의 몸부림을 드러냈다.
제1부는 그 땅의 신을 따라간다.
노아의 홍수, 아브라함의 제물, 욥의 시험,
그리고 여호수아의 정복전쟁까지 —
모두 신의 이름으로 쓰였지만,
사실은 하늘이 닫힌 시대의 인간이 쓴 피의 기도문이다.
신은 과연 폭력을 명했는가,
아니면 인간이 신의 뜻을 오해한 것인가?
구약의 피 묻은 서사 속에서 우리는 신을 단죄하지 않는다.
그 대신, 하늘을 아직 배우지 못한 인간의 그림자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