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영원한 자기 찾기

흔들리는 자아, 확신에 매달리다

by 신밧드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것은 처음부터 단단하지 않습니다.
자아는 태어날 때 이미 완성된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조립됩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 반복해서 들은 말, 인정받았던 순간과 부끄러웠던 기억들이 겹쳐지며 하나의 모습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자아는 언제나 임시적이고, 상황이 바뀌면 쉽게 흔들립니다.


이 흔들림 속에서 사람은 자신을 붙잡아 줄 무언가를 찾습니다.
더 분명한 기준, 더 확실한 정답, 더 강한 확신 말입니다. 상상계에서의 삶은 이렇게 끝없이 ‘진짜 나’를 찾으려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이 자기 찾기는 좀처럼 끝나지 않습니다. 잠시 안심했다가도, 질문 하나만 던져져도 자아는 다시 불안해집니다. 불안해질수록 사람은 확신에 매달립니다.


그 확신은 깊이 생각해서 얻은 결론이기보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걸치는 갑옷에 가깝습니다. 확신이 있어서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라, 불안하기 때문에 더 단단해 보이려는 것입니다. 상상계의 자아는 이렇게 자신을 지키기 위해 확신을 필요로 합니다.


바울이 되기 전의 사울은 이 구조를 잘 보여줍니다.
그는 율법을 철저히 지켰고, 자신이 옳은 길을 가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흔들림 없는 신앙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확신의 밑바탕에는 늘 두려움이 깔려 있었습니다. 내가 틀린 사람으로 보이면 어쩌지? 내가 잘못된 길에 서 있다면? 이 불안이 사울을 더욱 강경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울의 자아는 율법과 질서를 통해 자신을 지탱했습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누가 안에 있고 밖에 있는지, 어디까지가 허용되고 어디서부터가 금지되는지. 이런 기준을 분명히 세우는 일은 사울에게 신앙 그 자체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때 문자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 사람을 고정시키고 분류하는 기준이 됩니다.


사울이 붙잡고 있던 것은 하나님 그 자체라기보다, 머릿속에 그려진 하나님 이미지였습니다.
정답을 요구하고, 모호함을 허락하지 않으며, 규칙에서 벗어나면 곧바로 판단을 내릴 것 같은 하나님 말입니다. 이 이미지는 사울을 안정시키기보다 오히려 더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미지에 기대어 만들어진 자아는, 그 이미지를 위협하는 말 앞에서 쉽게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데반의 말은 사울의 신앙을 공격한 것이 아니라, 사울의 자아를 건드린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상상계에서 살아가는 자아에게 작은 흔들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주 작은 균열도 곧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은 위협으로 느껴집니다. 사울은 그 위협을 없애기 위해 더 크게 말하고, 더 강하게 규정하고, 더 날카롭게 정죄했습니다. 그의 분노는 신앙의 열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나왔습니다.


불안이 커질수록 사람은 자신이 믿는 대상보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이미지에 더 집착하게 됩니다.
사울이 하나님을 지킨다고 느꼈던 순간에도, 그는 사실 ‘하나님을 믿는 나’라는 이미지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상상계의 자기 찾기가 가진 역설입니다. 자기를 찾으려 할수록, 사람은 점점 자기 이미지에 갇히게 됩니다.


사울에게도 이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그는 빛에 압도되어 넘어집니다. 이 사건은 다른 세계로 옮겨 간 경험이라기보다, 지금까지 자신을 지탱해 오던 확신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입니다. 자신을 증명할 수도, 이전처럼 확신을 밀어붙일 수도 없게 됩니다.


그러나 이 침묵은 곧바로 새로운 답을 주지 않습니다.
사울은 여전히 말과 규칙과 기준의 세계에 살고 있지만, 더는 이전 방식으로 자신을 지킬 수 없게 됩니다. 끝없이 이어지던 자기 찾기는 여기서 막다른 곳에 이릅니다. 더 강한 확신도, 더 엄격한 문장도 이 자아를 붙잡아 주지 못합니다.


사울의 이야기는 신앙이 ‘무엇을 믿는가’의 문제이기보다, ‘어떤 자아로 믿고 있는가’의 문제임을 드러냅니다.
상상계의 자아가 중심에 있을 때, 신앙은 쉽게 경직되고, 말은 날카로워지며, 사람은 기준 뒤로 숨게 됩니다. 사울의 모습은, 상상계의 자기 찾기가 어디까지 사람을 몰고 가는지를 보여줍니다.


사울

단단한 말이

나보다 먼저 걸었고

나는 그 뒤에서

가벼운 그림자를 끌어당겼다


그림자가 흔들릴 때마다

나는 수시로 단어를 찾았으나

그 무게는

내 안의 빈틈만 깊게 울렸다


어떤 이름은

부르기도 전에 무너지고

무너지는 이름을 붙잡으려

나는 더 짙은 어둠을 더듬었다


빛이 스쳐 지나던 순간

눈꺼풀은 무겁게 닫혔고

닫힌 틈 사이로

붙들고 있던 형상들이

먼지가 되어 내려앉았다


남은 것은

말의 파편뿐

그 사이에서

작은 숨 하나가

조용히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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