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말 안에서 흔들리는 인간.

말이 노래가 될 때

by 신밧드

말이 주어졌다고 해서 인간이 곧 안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말은 질서를 만들지만, 그 질서 안에서 인간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상징계 안에서의 삶이란, 말로 보호받는 동시에 말에 의해 노출되는 삶이기도 합니다. 말이 분명해질수록, 인간은 자신이 그 말과 얼마나 어긋나 있는지를 느끼게 됩니다.


다윗은 이 흔들림을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보여 주는 인물입니다. 그는 율법을 아는 사람이었고, 왕으로 기름 부음을 받은 사람이었으며, 동시에 자신의 욕망과 실패를 숨기지 못한 사람이었습니다. 다윗의 삶은 말 안에 머무르려는 안정과, 그 말 안에서 끝내 무너지는 불안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다윗에게 말은 규칙으로만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말을 외우는 사람이 아니라, 말에 반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시편에서 드러나는 그의 언어는 정제된 교리가 아니라, 흔들리는 마음의 기록에 가깝습니다. 그는 옳은 말을 고르기보다, 무너진 자리에서 말을 내놓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말은 설명이 아니라 호흡처럼 읽힙니다.


그러나 이 흔들림은 어느 순간 피할 수 없는 장면으로 그를 데려갑니다. 나단이 비유로 말을 건넸을 때, 다윗은 분노했습니다. 그는 그 이야기를 타인의 죄로 들었고, 왕의 자리에서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이 왕의 자리를 지나 자신을 가리키는 순간, 더 이상 말은 방패가 되지 못했습니다. 변명할 언어도, 숨을 곳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 앞에서 무너졌고, 그 무너짐이 처음으로 말이 되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고백의 진정성이 아니라, 말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입니다. 다윗은 더 이상 말을 사용하지 못하고, 말 앞에 서게 됩니다. 상징계는 이때 인간을 보호하지 않습니다. 대신 벗겨 냅니다. 말은 질서를 유지하는 장치가 아니라, 인간을 정면으로 드러내는 힘이 됩니다.


다윗의 시편은 이 무너짐 이후에 시작됩니다. 그의 노래는 완성된 신앙의 표현이 아니라, 흔들린 신앙이 내쉬는 숨에 가깝습니다. 그는 말 안에서 안전해지지 않았고, 말 안에서 정직해졌습니다. 그래서 그의 언어는 반복되지만 고착되지 않고, 탄식은 되풀이되지만 굳어지지 않습니다.


말이 노래가 될 때, 상징계는 다른 얼굴을 드러냅니다. 규칙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 규칙은 인간을 압도하지 않습니다. 말은 인간을 규정하지 않고, 인간이 말을 통해 다시 숨을 쉽니다. 다윗은 말 안에서 흔들렸고, 그 흔들림을 숨기지 않았기에 그의 언어는 오늘까지 살아 있습니다.


상징계 안에서 흔들리는 인간은 실패한 신앙인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말이 아직 살아 있는 자리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다윗은 말합니다. 믿음은 완결이 아니라, 무너진 뒤에도 다시 말을 꺼내는 용기라고. 규칙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그 규칙 앞에서 침묵하지 않는 것이라고.


다윗은 이 경계 위에 서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말 안에서 흔들리되, 끝내 말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 그래서 그의 노래는 질서를 부수지 않으면서도, 질서가 인간을 삼키지 못하게 합니다. 상징계는 그때 비로소 인간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됩니다.


다윗의 노래

말이
나를 가려 주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 말로
나는 서 있었고
그 말로
나는 옳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말이
나를 지나갈 때
숨을 곳은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입은 닫혔고
몸이 먼저 알았습니다

지킬 말은 없었고
남은 것은
떨리는 숨뿐이었습니다


그 숨이
말이 되기 전
노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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