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중동여행기8_예루살렘냥도 귀엽구나

심지어 애교냥들

by 소다

기숙사 1층 세탁실에 들러 옷가지를 집어넣고 나오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먀-옹. 먀옹. 세탁실 앞에 사는 노란 고양이다. 애교가 많은지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안아달라고 조른다.

세탁실 앞 벤치에 앉으니 폴짝 하고 올라오는 요놈. 이 녀석 내가 고양이 싫어하는 사람이면 어쩔려고 그래?

하지만 얼굴은 이미 함박미소다. 처음 만난 사람인데도 고양이는 능숙하게 다리 위에 자리를 잡고는 팔과 몸 사이의 틈새에 머리를 쏙 파묻었다. 사람 손길을 좋아하는지 쓰다듬어달라고 계속 머리를 들이민다. 갑작스런 애교 공세가 당황스러우면서도 기분 좋았다.


이스라엘은 한국만큼이나 길고양이가 많다. 아니 어쩌면 한국보다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길거리와 기숙사, 하다못해 건물 안에도 고양이가 수시로 들어온다. 한국처럼 고양이를 주기적으로 돌보는 사람도 많지 않지만 고양이를 그렇게 싫어하는 이도 별로 없다. 고양이를 '같이 사는 동물' 쯤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가끔씩 오가며 먹을 것을 주고 쓰다듬어주는 정도다. 세탁실이나 도서관에 들어와도 딱히 내쫓지 않는다. 혹여라도 고양이에게 못되게 구는 사람은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히브리대 도처에 있는 고양이들을 잠시 감상해 보자.

애교가 많은 세탁실냥이
기숙사를 돌아다니고 있다
이 녀석은 아기고양이
1층 기숙사의 특권: 창 문턱에 앉은 고양이를 볼 수 있다
졸고 있다
식빵을 굽고 있다
늘 기숙사 정문 주변을 서성이는 정문냥이
캠퍼스 내 잔디밭에 누워있다
방문 앞에서 사람을 기다리는 고양이
콘센트 위에 올라간 고양이. 저 상태로 졸고 있다
사람의 다리 위로 올라와 애교를 부리는 냥이

이스라엘에 고양이가 왜 이렇게 많아졌는지에 대해선 여러 설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설은 1920년 이후로 팔레스타인 위임 통치를 맡은 영국이 쥐 잡이 용도로 고양이를 대거 들여 왔다는 설이다. 따뜻한 기후 탓에 엄청나게 많은 고양이들이 번식했고 지금은 약 200만마리가 이스라엘에 살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히브리어 할 줄 아는 고양이', '홀리 캣츠!' 같은 유행어도 나온다. 인터넷에 영어로 이스라엘 고양이를 검색하면 '이스라엘엔 대체 왜 그렇게 고양이가 많죠?' 같은 진지한 질문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생김새는 귀여워도 개체 수가 어마어마하다 보니 이스라엘 정부는 길고양이들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개체 수가 해마다 빠르게 느는데다 새, 도롱뇽 등 이스라엘 동물들을 닥치는 대로 사냥하기 때문이다. 길에 오래 살다 보니 고양이들끼리 전염병도 빠르게 옮는다고. 이 때문에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길고양이나 동물보호소에 들어온 고양이를 입양해 기른다고 한다.


괴롭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고양이들은 사람을 잘 따른다. 갑자기 길 가는데 발라당 배를 까고는 만져달라고 하기도 한다. 치명적 유혹에 손을 살살 뻗어서 만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어느 나라든 고양이는 도도하다. 다정하게 다가 와 몸을 부비고 애교 부리다가도 한두 번 손길을 받으면 흥!하고 새침하게 돌아서는 것이다.

아까 그 세탁실 냥이도 한 5분 나랑 놀더니 폴짝 뛰어내려 가 버렸다.

얘, 이모 아직 더 놀고 싶은데 어떻게 시간 더 내 주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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