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중동여행기34_바다에서 만난 물고기들

희귀종도 만났네

by 소다

"딸, 아빠가 생각해 봤는데 말야."

아침 8시 쯤 잠을 헤매는데 아빠가 머리 맡에 앉으시더니 계속 말을 거셨다.

"딸이 그동안 숙소 예약하랴, 길 찾으랴 혼자 너무 고생해서 많이 지친 것 같아. 아빠가 미안해."

잠결에 들은 거라 왜 이러시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빠는 내가 어제 지친다고 한 것에 마음이 많이 쓰이셨던 모양이다.


"자꾸 택시 안 타고 버스 타고 다니고 한 것도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 돈 아끼지 말고 여기서만 할 수 있는 것들 많이 경험하고 가야지. 이제 필요한 거 있으면 다 쓰자."

이렇게 반가운 말씀을. 나는 비척비척 일어나는 시늉을 했다.

"그럼 스쿠버다이빙도 하고 수족관도 가?"

스쿠버다이빙은 1인당 10만원, 수족관은 3만원이었다. 둘이 합치면 26만원을 하루에 쓰는 셈이다. 이제까지 나는 둘 다 하고 싶었고 아빠는 하나만 하자는 주의였으나 이 기회에 밀어붙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가자. 둘 다 하자!"

자리에서 훌쩍 일어나 이불을 정리했다. 아빠 마음 변하기 전에 얼른 나가야 한다.


밥을 대충 챙겨먹고 휘적휘적 걸어서 로터리까지 나가보았으나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올 기미가 안 보였다. 찾아보니 40분 넘게 기다려야 한다기에 아침의 교훈을 살려 택시를 25셰켈(9천원) 주고 탔다. 평소 같았으면 기다렸겠지만 오늘 우리는 돈을 쓸 준비가 돼 있다구!


다이빙센터 근처에 도착해서 보니 여행 앱에 소개된 유명 다이빙센터가 줄지어 있었다. 강사에게 간단한 숨 쉬기 강습을 받고 다이빙 수트를 입으러 들어갔다. 스쿠버다이빙이 처음이라 긴장이 많이 됐다.


바다에 한 번 적셔진 다이빙 수트는 차가웠고 몸에 잘 들어가지도 않았다. 앗 추워 소리를 절로 내며 어찌저찌 옷을 다 입었는데 강사 왈 "반대로 입었네." 어디가 앞인지 말이나 해 주지. 결국 앗 추워를 다시 반복하며 다시 입었다.

심지어 수트를 돌려 입고 있는데 남자 스탭이 문을 확 열고 들어와서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고 묻는 것이다. 밖에서 물어보면 되지 문은 왜 연담. 칸막이 안에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대참사였을 것이다. 탈의시설도 사람들 마인드도 정말 좋지 않았다. 역시 이스라엘이다.


밖으로 나오니 우리를 담당하기로 했다는 다이버가 다가왔다. 다행히 문을 막 열어대던 문제의 스탭은 우리 담당이 아니었다. 다이버가 숨 쉬는 법을 알려주며 `걱정하지 마라', `정말 재미있을 거다' 라고 우리를 응원해 주었지만 너무 잘생겨서 무슨 말을 하는지 자세히 집중을 못했다.


산소탱크를 이용해서 입으로 숨쉬는 것을 연습하면서 조금씩 깊은 곳으로 들어가 홍해 바닷속을 마주했다. 처음에는 산호초 주변을 조금씩 돌았으나 나중에는 바다 아래까지 내려가서 물고기들을 관찰했다. 물고기가 한두 마리가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많았고 주황색의 아주 작은 열대어 떼와 보라 형광색의 나폴레옹 물고기, 니모친구 파란색 물고기, 꼬리에 점이 있는 형광파랑 물고기까지 종류가 꽤 많았다.


물고기들은 사람을 별로 두려워하지도 않고 유유히 손가락과 몸을 지나쳐서 헤엄쳐 갔다. 우리가 들어갔던 곳은 10m남짓으로 그렇게 깊지는 않아서 바닥까지 닿을 수 있었다. 바다를 헤엄치면서 총천연색의 물고기를 볼 수 있다는 게 꿈 같았다. 중간에 작은 동굴도 보고 말미잘 속에 숨은 물고기 떼도 봤다.

다이버는 내가 적응을 잘 한다고 생각했는지 나를 톡톡 손가락으로 부르고는 저길 보라고 해수면을 가리켰다. 거기에 주둥이가 엄청 길고 작대기처럼 생긴, 엄청나게 특이한 투명색 물고기가 있었다. 너무 신기하게 생겨서 나도 모르게 헉, 했는데 그러다가 코에 물이 확 들어와 버리고 말았다.


호흡을 조절하지 못해 숨이 턱 막히자 당황했고 코가 본능적으로 숨을 쉬려고 뭐든 빨아들이는데 그게 산소가 아니라 물이라서 다시 뱉어내고, 근데 산소가 필요하니까 다시 물을 들이키는 일이 반복됐다. 허우적대면서 위로 올라가는데 머리 위로 찰랑거리는 해수면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바다 밖으로 나와 컥컥 기침하자 다이버가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괜찮다고, 처음 치고 잘했다고 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그 물고기는 코넷피쉬라고 하는데 홍해에서 주로 발견되는 희귀종이라고 한다)

내가 너무 놀란 원인 이거다. 코넷피쉬. 사진 위키피디아 출처
코넷피쉬. 게티이미지 뱅크 출처

물 속의 25분은 꿈 같았다. 맑은 물 속의 물고기를 보는 건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 날 이후로도 이틀 간은 눈만 감으면 그 파랗고 아름다운 바다와 물고기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다만 다이빙을 하고 나와서 도로 센터로 이동하는 길이 그리 좋지 않았다. 바다에서 막 나와 완전히 젖은 상태로 픽업차량이 올 때까지 십 분 가량을 밖에서 서 있어야 했고(이스라엘은 뭐든지 제때 하는 법이 없다) 내려서도 샤워실을 직원들이 계속 들락거려 씻는 게 편하지 않았다. 그래도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나오니 추위가 많이 가시긴 했다. 개운한 마음으로 나와서 챙길 것들을 챙기고 커피를 두 잔 타서 나왔다. 점심으로 숙소에서 삶아 온 계란 두 개를 소금 쳐서 먹고 건살구도 입에 하나씩 물고 걸었다. 마침 아쿠아리움도 다이빙센터 앞에서 바로 버스가 가서 그것을 타고 이동했다.


홍해 아쿠아리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홍해 아래로 유리관을 뚫어 만든 '언더워터 파크'였다. 수족관 안에 바다를 만들어서 그것을 보는 방식이 아니라 바다 안에 유리로 된 관찰관을 만들어서 바닷속을 들여다 보는 방식이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바닷속 풍경이 아니라 진짜 물고기들이 사는 곳을 들여다 보는 것이어서 더 새롭고 신기했다. 다이빙해서 봤던 물고기들을 다시 여기서,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따뜻하고 편안하게 보는구나 생각했다. 그 때 봤던 물고기들을 발견하니 더욱 반갑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기도 했다. 난 저거 직접 봤지롱.

물론 아쿠아리움 안에도 가둬놓은 물고기 어항이 있었다. 희귀한 물고기를 모아놓은 풀이나 상어 풀, 바다거북 풀 등이 있었다. 지금은 자연에 살던 물고기를 가둬다가 관찰하는 방식이 다소 폭력적이라 느껴져 더는 아쿠아리움을 가지 않지만 그 때는 그런 생각이 없을 때라 마냥 좋았다.


특히 원형으로 만들어 둔 수족관에 상어들과 쥐가오리가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으려니 한없이 시간이 흘렀다. 그 곳에서 아빠는 동영상을 찍고 나는 동영상을 찍는 아빠를 찍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밖에 나와서 아이들 사진 찍는 코너로 꾸며놓은 곳들을 지나가는데 아빠가 잠수부 판넬 뒤에 얼굴을 쏙 내밀고 사진을 찍어달라 하셨다. 귀여운 사진 몇 장을 찍으며 오후 한때를 즐겼다.


숙소로 돌아가려고 보니 16번 버스는 40분 뒤에나 온다고 했다. 이미 돈을 많이 써서 이 정도는 기다렸다가 탈 수 있겠다고 생각했으나 오래 기다려서 탄 버스가 고작 우리를 로터리에 떨어뜨려서 또 다시 20분을 걸어와야 했다. 우리가 도심에 있는 호텔이 아니라 동네에 있는 집에 묵었기 때문일 것이다.


익숙한 대문을 열고 삐걱거리는 계단을 올라서 2층으로 갔다. 내일이면 에일랏을 떠난다는 게 아주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아쉬웠다. 집에 도착해 토마토와 감자를 삶고 햄과 페퍼를 다져서 볶음요리를 해 먹고는 꼴까닥 곯아떨어졌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의중동여행기31_깜깜한 밤에 벌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