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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다 Oct 10. 2021

나의중동여행기39_아빠 먼저 갈게

딸, 울지 말고

공항에서 산 커피

아침 6시에 일어나 조식으로 오므라이스와 빵, 치즈, 커피를 잘 챙겨먹고 나왔다. 간밤에 아빠가 예약해 두었던 비행기가 뜨지 않게 돼 버려서 새로 티켓을 끊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온라인 사이트에 뜨는 잔여티켓을 기다릴 상황이 아니었다. 일단 공항에 가서 남는 티켓을 잡아야 했다.

 

호텔 프런트에 체크아웃하면서 공항이 있는 암만(Amman)으로 가는 버스를 어떻게 타느냐고 물었다. 직원이 우리를 창가로 데려가 상세히 일러주었으나 아무래도 모르는 길이라 그런지 이해를 잘 못 했다. 우리가 멍청한 표정으로 서 있으니 그는 웃으며 바지 호주머니에서 차키를 꺼내어 짤랑 흔들었다. 자기가 태워주겠다는 것이다. 오 이렇게 감사할 데가.


심지어 이 착한 직원은 암만으로 가는 버스가 앞에 가는 걸 발견하곤 자기 차로 버스 앞길을 막더니 `여기 손님 있으니 태워가라'고 운전수에게 소리를 질렀다. 운전수가 우릴 보더니 갓길에 버스를 세웠다. 호텔 직원 덕분에 정류장을 찾지 않고도 곧장 버스에 탈 수 있었다. 그에게 너무 고마워서 땡큐 땡큐를 연발했다.


 버스 안은 따뜻했다. 아랍 음악을 들으며 좌석에 앉아 잘 잤다. 앞에는 귀여운 아랍인 꼬마애가 앉았는데 차가 멈추면 작은 손으로 앞을 짚으면서 중심을 잘 잡았다. 보채지도 않고 차분하게 잘 앉아서 가는 뒷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중간에 잠깐 휴게소에서 내려서 화장실에 다녀왔다가 곧 다시 출발했고 총 4시간을 달려서 암만에 도착했다.


암만 버스터미널에 내려서는 좀 맸다.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 티켓을 끊어야 하는데 가는 방향을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택시기사들이 엄청나게 달라붙어서 자기 택시를 타라고 호객을 했다. 시간은 흐르지 정류장은 어딘지 모르겠지 결국 그들 중 한 사람의 택시에 올라타서 갔고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우리를 속여서 8디나르(1만3천원)를 더 받았다. 아 요르단이여.


공항도 익숙지가 않다 보니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2시간 넘게 수소문을 해야 했다. 마침내 아랍에미레이트항공 게이트가 열려서 내일 출발하는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겨우 구하고 암만 시내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를 탔다.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마지막 여행의 저녁을 자그마한 숙소에서 보냈다.


그 때 나는 아빠를 보내고 한국으로 갈지, 아니면 예정했던 일정대로 이집트 카이로로 갈 혼란스러웠다. 어느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빠도 없이 당장 내일 행선지를 정하려니 마음이 부담스럽고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런 마음으로 저녁도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아빠와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둑어둑한 공항

마음을 정한 건 거의 자정이 다 됐을 때였다. 내일 아빠와 함께 공항으로 가서 아빠는 한국으로 가시고 나는 이집트로 가기로 한 것이다. 혼자 여행 간다는 게 새삼 무서웠지만 이대로 끝내기는 또 아쉬웠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한동안은 다시 오기 어려울 것이다. 아빠도 짧게 여행하고 오는 건 괜찮을 것 같다며 가도 좋겠다고 하셨다.


마침 이스라엘에서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과거에 이집트에 산 적이 있었어서 그 때 알게 된 가이드를 연결해 주었다. 이집트는 이스라엘이나 요르단보다 여행 여건이 훨씬 더 안 좋다고 알려져 있다. 거기선 도보 여행 일절 없이, 딱 사흘 동안만, 언니가 연결해 준 가이드를 따라 다닐 것이다.

다음날은 딱히 한 이 없었다. 공항으로 넘어가서 대충 샌드위치를 먹고 공항을 산책하며 비행기 시간을 기다렸다.

비행기는 아빠 것이 먼저 떴다.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시는 아빠를 배웅하고 공항에 남아 있었다.

혼자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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