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수복 Aug 21. 2016

12. 펀드투자, 기회인가? 위험의 덫인가?

   한때는 '재테크' 하면 단연 펀드 투자가 화두였었다. “옆집 누구 엄마는 차이나펀드로 60%를 벌었다느니, 이제는 일본펀드에 들어가야 한다느니” 하는 무용담을 듣고 있노라면 '나도 한번' 하는 마음이 강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선뜻 펀드 투자를 시작해 보려니 두려움이 앞선다. 흔히 주식이라는 것이 “내가 팔면 올라가고, 내가 사면 내려간다”라고 하지 않는가. 주식투자를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일이다. 그러나 마냥 두려워할 일만은 아니다. 어차피 정기예금의 이자가 1, 2%대라면 물가상승률과 세금을 제하고 나면 실질금리는 제로나 마찬가지다. 마치 돈을 금고에 고이 쌓아 놓는 것과 같다. 사정이 이렇다면 이제 용기를 한번 내어보자. 주식투자의 기본을 잘 지키면 펀드 투자도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주식의 ‘주’자도 모르면서 남들이 수익을 많이 올렸다니 나도 따라 하는 ‘묻지 마’ 투자가 문제가 되는 것이지, 주식투자의 기초를 잘 이해하면서 지나친 고수익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목표로 하는 건전한 펀드 투자야말로 저금리 시대에 필수적인 재테크 수단인 것이다. 그러면 투기가 아닌 투자는 어떻게 구분 짓는가? 워렌 버핏의 스승이자 가치투자의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투자는 최소한 원본을 지키면서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반면 투기의 종말은 항상 감당하기 힘든 큰 손실로 마무리된다. 대박의 환상은 그야말로 환상으로 끝난다. 주식시장의 변덕이 오죽했으면 전설적인 주식투자가인 워렌 버핏 조차 “자신의 첫 번째 투자원칙은 돈을 잃지 말 것. 두 번째 투자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잘 지킬 것”이라고 했겠는가? 그만큼 주식투자는 위험관리가 중요하다는 뜻일 게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말이다.


   투기는 모든 재산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다. 투기의 대명사를 꼽으라면 단연 1630년대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다. 에드워드 챈슬러가 쓴 『금융투기의 역사』에 따르면 당시 네덜란드인들은 꽃의 색깔에 따라 튤립을 다양하게 분류했다고 한다. 위계 서열에 따라 군 계급과 같은 이름을 붙였다. 최상급 꽃은 잎에 황실을 상징하는 붉은 줄무늬가 있어 황제라고 불렀고, 또 총독, 제독, 장군 순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1624년 황제튤립은 당시 암스테르담 시내의 집 한 채 값과 맞먹었다고 하니 과히 투기의 광풍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라면 튤립 한 뿌리에 집 한 채의 값을 지불하겠는가? 아마도 미쳤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투기의 광풍은 집단적 이성 마비 현상을 불러일으킨다.  투기의 광풍은 항상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기 마련이다.

 


   마침내 1637년 2월 3일 튤립 시장이 붕괴했다. 모든 것이 한순간에 끝이 났다. 기록으로 전해지는 비극의 주인공 가운데 유명한 풍경화가 얀 반 고엔도 들어 있다고 한다. 그는 파국 하루 전에 900길더와 자신의 그림 한 폭을 주고 튤립 한 뿌리를 구입했다가 폭락하는 바람에 이후 19년 동안 비참한 가난에 시달리다가 숨을 거뒀다고 한다. 이후 튤립 투기는 극단적인 튤립 혐오로 바뀌었다고 한다. 마치 주식투자를 실패한 뒤 평생 주식시장을 혐오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천재 과학자 뉴튼은 사우스 시(South Sea)라는 주식에 투자를 했다가 주가 폭락으로 폭삭 망한 후 유명한 말을 남겼다.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광기까지 계산할 수는 없다.”       


   투자가 항상 투기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합리적인 투자가 중요하다. 위험의 덫에 빠지지 않고 펀드 성공투자로 가는 길, 주식투자의 대가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가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지만,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엔가 펀드 투자의 훌륭한 지침을 만들 수 있으리라. 

매거진의 이전글 11. 인플레이션과 주식투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