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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수복 Aug 16. 2016

3. 베이비 붐 세대, 생각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금융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가장 큰 혼란을 겪고 있는 세대는 단연 베이비 붐 세대들이다. 우리나라 베이비 붐 세대는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1955년생부터 1963년생까지의 세대를 말한다. 나이로 치면 57세부터 49세까지로 이제 막 은퇴를 시작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 기간 중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는 약 68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4.1%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 인구집단이다. 거대 인구집단인 만큼 경제적, 사회적으로 끼치는 영향 또한 지대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연구보고서 「베이비 부머 세대의 은퇴 이후 자산여력진단(2011년)」에 따르면 베이비 부머 가구는 2010년 말 현재 총자산은 3억4천만 원이고, 이 중 금융자산은 8천만 원으로 나타났다. 총자산 중 부동산 자산비중이 80%에 이르러 부동산 투자로 자산형성을 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아파트가 재테크 1순위였다. 이들 베이비 붐 세대들이 주택구입 연령대에 진입하면서 주택 가격의 상승을 견인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IMF 외환위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살아왔다. 꼬박꼬박 돈을 모아 내 집 마련에 '올인'하는 것으로 재테크가 해결되었고, 남는 여유 돈은 은행에 묻어두면 두 자리 수의 높은 이자를 챙길 수 있었다. 그리고 은퇴 이후에는 상가 등 부동산에 묻어두면 월세를 받아 노후대비는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IMF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7년 펀드 열풍에 동참하면서 한때는 높은 수익률에 열광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타격을 입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거의 전 재산에 해당하는 아파트 가격도 이 시기에 하락하였다. 특히,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산 베이비 부머들은 상당한 고통을 받았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였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 다행히 아파트 가격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으나, 인구구조 등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변화의 거대한 흐름을 역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가계부채는 우리나라 경제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뇌관이 될지도 모른다. 부동산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할 시점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데에 있다. 바로 그들의 생각이 금융환경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땅이 좁아 땅 값은 무조건 올라간다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영원할 수는 없다. 언제 무너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본을 보라. 아파트는 말할 것도 없고, 상가, 원룸 등도 많은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이런 말을 한다고 앞으로 부동산과 담을 쌓고 살라는 말은 아니다. 부동산에 편중된 투자가 문제라는 것이다. 거기다 사상 최저금리 수준이 지속되고 있어 은퇴 후 이자로 생활을 하는 베이비 붐 세대들에게 극심한 고통과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런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동산과 예금에 치중하는 베이비 붐 세대들의 자산관리는 큰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바로 은퇴 후 저금리 파고를 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안전성이 확보되는 은행 예금에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투자 상품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유일한 투자경험이랄 수 있는 것이 2007년도의 펀드 열풍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참담한 결과는 제쳐두더라도 더 큰 문제는 이런 좋지 않은 과거의 경험 때문에 앞으로 펀드를 멀리한다는 것이다. 펀드라면 지긋지긋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앞으로 자산관리를 하는 데 있어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다. 금융위기만 탓할 것이 아니라, 그리고 금융기관 직원만 탓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알아야 한다. 투자 상품을 알아야 하고, 그 위험을 알아야 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기법을 알아야 하고,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이제 ‘투자는 그만’이 아니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투자 공부를 해야 은퇴와 저금리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 


   사람들은 본인의 과거 경험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베이비 붐 세대들은 부동산 불패 신화, 과거의 고금리, 펀드 실패 경험 등을 빨리 잊어야 한다. 환경이 바뀌면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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