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수복 Aug 18. 2016

7.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그것, 과연 그럴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펀드나 변액보험을 대신해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상품이 저축보험이다. 보험회사에서 대대적인 마케팅을 했었다. 고객들이 오해를 하게끔 한 변칙적인 마케팅의 결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우선 고객들이 오해하게끔 한 보험회사의 마케팅 포인트부터 지적을 해보자. 그들의 주장은 첫째 은행의 적금은 단리인데, 저축보험은 복리상품이란다. 저축보험은 연복리를 적용하는 것은 맞다. 은행의 적금은 복리식 적금이 간혹 있기는 하지만 단리를 적용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은행의 적금은 10년짜리가 없다. 만기가 긴 적금이 오히려 1년짜리 적금보다 금리가 낮다. 그래서 대개 적금은 1년짜리를 많이 가입한다. 1년짜리 적금을 든 후 만기가 되어서 해지한 금액을 그대로 정기예금에 가입을 해서 굴리고, 다시 1년짜리 적금을 가입을 하면 그게 복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그들의 말처럼 적금은 단리인데, 저축보험은 복리라는 말은 오해의 소지가 많다. 


   두 번째는 은행의 적금보다 금리가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적금이 3%이면 저축보험의 공시이율은 4%라는 것이다. 그러나 적금의 3%는 고객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금리이지만, 저축보험의 공시이율은 4%는 사업비를 차감한 실질 수익률을 적용해서 비교하는 것이 맞다. 공시이율 4%에서 사업비 차감을 적용하면 실질 수익률은 한참 낮아진다. 이 역시 고객들을 오해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적금은 세금을 내야 하지만 저축보험은 10년이 지나면 비과세 상품이다. 맞는 말이다. 이 세 가지를 종합해보면 저축보험이 적금에 비해 매력적인 상품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10년을 기준으로 해서 10년 이전에는 적금이 유리하고 10년이 지나면 저축보험이 유리해진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저축보험이 인기를 끈 것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보험회사의 적극적인 마케팅도 한몫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펀드나 변액보험의 수익률이 나빠서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안전한 은행 적금이나 저축보험으로 몰려간 것이다. 그러나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그 저축보험이 사실은 안전한 게 아닐 수 있다. 앞으로의 금리 향방 때문이다. 저축보험이나 연금보험 등은 공시이율을 적용한다. 공시이율은 시장금리의 변동에 따라 보험에 적용하는 금리가 변경되는 변동금리에 해당한다.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공시이율도 올라가고,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공시이율도 내려간다. 즉 금리변동의 리스크를 보험회사가 아닌 고객들이 부담을 해야 한다. 


   한때는 우리나라 보험 산업의 밑거름이 됐던 교육보험이 생각나는가? 우리나라 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을 반영해 1970년대에는 개인보험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상품이었다. 자녀의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끼고 아껴 가입한 상품이다. 그런데 정작 자녀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 받은 보험금은 가입 당시 보험회사들이 제시한 금액에 턱없이 모자란 것이다. 바로 2000년 이후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금리가 급격히 떨어지자 대학등록금은 고사하고 푼돈밖에 안 된 것이다. 자녀가 대학 입학할 때 보험금을 받고 눈물을 흘리는 가입자들의 모습이 연일 방송과 신문에 보도될 만큼 사회적인 이슈였었다. 백수(百壽)보험도 마찬가지다. 보험회사들이 1980년대부터 팔기 시작한 백수보험도 당초 제시된 보험금에 크게 밑도는 금액이 지급되자 소송이 잇따랐었다. 


   지금 인기를 끌고 있는 저축보험이나 공시이율이 적용되는 연금보험의 경우 공시이율이 낮아지면 보험회사가 제시하는 금액을 못 받게 된다.  특히, 연금보험은 짧게는 10년, 15년 길게는 20년, 30년 후에 연금을 지급받게 된다. 기간이 길수록 금리가 1% 포인트 떨어질 때마다 나중에 돌려받게 돈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앞으로 우리나라 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져 미국이나 유럽처럼 초저금리 상태가 되면 아마도 교육보험이나 백수보험과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현재 보험회사의 저축성보험은 거의 예외 없이 변동금리 상품이다. 확정금리 상품은 거의 없다. 금리가 낮아지는 위험을 가입자가 모두 떠안아야 한다. 


   앞으로의 금리 전망에 대하여 장황하게 이론적인 근거를 대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금리도 갈수록 낮아진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래서 저축보험이나 공시이율이 적용되는 연금보험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안전한 게 아니란 말이다. 오히려 변액보험보다 더 큰 리스크에 노출된 가능성이 높다. 심각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6. 인구구조와 저금리가 재테크의 지형도를 바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