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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수복 Aug 18. 2016

8. 펀드에 대한 신뢰 상실, 금융기관의 책임이 크다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2007년 주식시장이 정점을 향해 치달을 때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섰던 투자자들은 그 이후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주식시장이 불과 1년도 채 안되어 그렇게 무너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펀드 투자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내노라’하는 전문가들도 당연히 미리 예측을 못했다. 그 많던 전문가들이 다 어디 갔단 말인가? 


   미래에셋에서 인사이트펀드를 광고한 신문의 문구가 지금도 생각이 난다. 돈 되는 곳에 투자를 해서 돈을 불려준다. 주식이 좋지 않다면 100% 현금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그 동안의 미래에셋 명성에 열광했던 투자자들은 불과 한 달 만에 4조 원이 넘는 돈을 맡겼다. 그러나 중국에 상당한 투자를 했던 인사이트펀드의 결과는 금융위기 이후 참담했다. 엄청난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손실을 누가 보상할 수 있단 말인가?


   단순히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의 그 어떤 전문가인들 2008년의 금융위기를 예측할 수 있었겠는가? 전설적인 투자자인 워렌 버핏도 마찬가지니 말이다. 주식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죽하면 주식시장은 신만이 알 수 있다 하겠는가? 시장 예측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투자원칙에 대한 문제이다. 만약 2007년 펀드 투자로 온 나라가 열광을 할 때 금융기관에서 적어도 투자원칙에 입각해서 포트폴리오 분산 등을 얘기해줬다면 손실 폭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손실 이 적었다면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버티기도 좋았을 것이다. 그들의 탐욕을 위해 금융상품을 만들어내고, 유행을 주도하고, 투자자들을 열광케 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펀드 투자에 대한 환멸을 느낀 투자자들은 펀드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펀드 수수료에 대한 논란도 커졌다. 펀드를 파는 데만 급급했지 언제 펀드 관리를 했다고 펀드 보수를 챙기느냐는 비판이었다. 급기야 감독당국이 펀드 보수에 손을 대면서 펀드 보수가 낮아졌다. 금융기관들은 수수료도 떨어지고 투자자들에게 매력을 잃은 펀드 대신에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냈다. 바로 자문형 랩이었다. 물론 새로운 투자 상품은 아니었다. 기존의 랩 어카운트를 투자자문사가 자문을 해주는 것이란다.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이 회복되면서 단기적인 수익률을 내세워 자문형 랩 열풍을 만들었다.


   어느 신문기사를 보니 불국사만큼은 유명하지 않지만 유명한 절이 있는데 바로 이름하여 자문사란다. 한때는 칠공주니 사대천왕이니 하면서 자문사들이 손대는 종목들이 고공비행을 하면서 자문형 랩의 수익률이 치솟았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2011년 8월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다시 한번 물거품이 되었다. 나중에 자문형 랩에 따라 들어간 투자자들의 손실이 만만찮았다. 이후 강남에 있는 금융기관 PB센터의 입을 빌려 이제 강남 부자들은 ELS와 ETF에 투자한다는 신문기사가 넘쳐났다. 투자자는 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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