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맛은 날마다 다르다. 입맛이 좋아 무엇을 먹어도 꿀맛인 날이 있는가 하면, 정성껏 차린 밥상 앞에서도 쉽사리 젓가락이 가지 않는 날도 있다.
달리기도 그렇다.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인데도 몸이 이상하리만큼 가벼워 신나게 달릴 때가 있고, 반대로 화창하고 공기마저 상쾌한 날인데도 유난히 몸이 무거워 신발 끈을 묶는 것조차 귀찮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우리는 웬만하면 끼니를 거르지 않으려 한다. 입맛이 없어도, 기운이 없어도 밥은 먹어야 한다는 걸 몸이 먼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기도 어느새 그렇게 되었다.
”오늘은 진짜 달리고 싶다!“
사실 이런 날은 일 년에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은 귀찮고, 피곤하고, 그저 그렇다. 하지만 밥을 먹듯 신발을 신는다. 나에게 달리기는 기분에 따라 하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필수 루틴이 되었다.
물론 밥이 도무지 넘어가지 않는 날에는 한 끼쯤 과감히 거르듯, 정말 달리기 싫은 날에는 쿨하게 쉰다. 그러다 보면 신기하게도 배가 고파지듯 몸이 먼저 러닝화를 찾는다. 달리기에는 그런 묘한 중독성이 있다.
달리기를 음식에 비유하자면,
아이들과 함께 달리는 운동장 한 바퀴는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는 달콤한 솜사탕 같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인터벌’은 가끔은 맛있게 먹지만 자주 먹기엔 부담스러운 매콤한 떡볶이 같다.
시간을 들여 풍경과 호흡을 하나하나 음미하는 LSD(장거리 주)는 여러 음식이 있는 고급 뷔페요리를 닮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일 비슷한 시간, 같은 코스를 도는 동네 달리기는 매일 먹는 엄마의 따듯한 집밥 같다. 특별할 것 없지만 하지 않으면 허전하다. 때로는 입맛이 없어 억지로 삼키는 날도 있지만 결국 나를 계속 버틸 수 있게 만드는 근원적인 힘이다.
밥과 달리기는 날마다 그 맛은 다를지언정, 결국 오늘을 살게 만든다는 점에서 닮았다.
그래서 나에게 달리기는 언제나 밥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