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길은 없다

by 이스트원

나는 참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먹고 싶은 것은 다 먹으면서 똥배가 들어가길 원하고, 허리에 찬 튜브가 없어지길 바랐다. 공부는 하기 싫으면서 시험 성적은 잘 받기를 원했고, 운동은 하기 싫으면서 건강해지길 원했다. 고생은 하기 싫고 돈은 그냥 많이 벌고 싶었다. 말이 안 된다는 건 나도 안다. 그런데도 바랐다.


달리기를 시작할 때도 그랬다. 근육의 고통은 싫은데 몸은 좋아지고 싶었다. 숨 헐떡이는 것은 싫은데 빨리 달려지길 바랐다. 땀 흘리기는 싫은데 체중은 빠지길 원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하프마라톤은 21.0975킬로미터만큼 힘들고, 풀마라톤은 42.195킬로미터만큼 힘들다. 딱 그만큼이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다. 딱 그만큼만 힘들다.

하프 정도의 고통만 감수하면서 풀코스의 메달을 가지고 싶었다.


삶은 솔직하다. 풀코스 메달을 목에 걸고 싶으면 42.195킬로미터를 내 다리로와 내 호흡으로 고통을 견디고 직접 뛰어봐야 한다. 남이 대신 뛰어줄 수 없다. 자동차를 타고 갈 수도 없다. 딱 그만큼 뛰어야 한다.


처음엔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남들은 쉽게쉽게 가는데 왜 이렇게 나만 힘든 것 같지? 남들만 아는 어디 지름길은 없나. 그런데 뛰다 보니 알게 된다. 지름길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공평하다는 사실을. 돈 많다고 누군가가 대신 뛸 수 없다. 빽이 좋다고 메달을 살 수 없다. 머리 좋다고 요령 피울 수 없다. 원하면 뛰어야 한다. 누구나 똑같이. 42.195킬로미터를.


삶도 지름길은 없다. 대충대충 하면 대충대충 살게 되고, 성실하면 성실하게 살게 된다. 요즘도 욕심은 여전히 많다. 쉽게 되길 바라고, 빨리 되길 원하고, 힘들지 않길 바란다. 그래도 이제는 세상이, 삶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쯤은 깨닫게 되었다.


풀코스 메달을 가지고 싶으면 42.195킬로미터를 뛰어야 한다.


지름길은 없다. 직접 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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