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하고 포근한 날이 그립고 아름답던 날이 그리웠다. 언제 였을까? 막상 기억나는 건 없었지만, 뭔가 떠오르는 듯하다가, 다시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리 쥐어짜 봐도 떠오르는 것은 없다. 마치 안개 속에 숨기라도 한 것처럼 찾으면 보일 것 같지만,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고,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듯 술래잡기를 하는 것 같았다
따듯하고 포근하고 아름답다는 느낌조차 가물가물했는데, 가끔 기억이 강물 위에 떠올랐다. 외롭다는 느낌? 힘들다는 느낌? 그 무엇도 아녔으며,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머리속 기억의 강을 걸어보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나 되짚어 보기도 했고, 몸을 틀어서 팔을 힘껏 뻗어보기도 했다.
하루 종일 안개 속에서 손을 뻗어 휘휘 젖고 있었지만, 그다지 좋은 해결책은 아니었다. 실재하지 않는 허상만을 좇고 있다는 느낌이 확연하게 들었다. 하지만, 허상임을 알고 있는데도 그대로 좇고 있으면 알 수 있을 것 같았고, 해결책이 나올 듯하기도 했다. 허상은 잡히면 곧바로 사라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허상을 좇다 보면 언젠가는 허상이 아닌 실재하는 이상을 잡을 수 있으려나 하고 안일한 생각에 지금 그대로 행하기도 했다.
저마다의 생각이 다르고 행동도 다르겠지만, 삶에 있어서는 모두 비슷할 것이라고 본다. 허상을 좇느냐, 실재를 좇느냐의 차이일 뿐이지 결국에는 모두가 비슷한 길을 좇고 있다. 따듯하고 포근한 것이거나, 차갑고 냉정하며 동시에 시원한 느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