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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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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동주 Feb 17. 2020

비밀이라는 크고 작은 것들.

 가장 가깝게 지내면서 오랫동안 알게 된 친분이 두터운 사이인데도 각자의 비밀을 간직한 채 쉽게 터 놓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10년 이상 가깝게 지냈는데도 쉽게 터 놓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누구나 비밀이라는 것은 하나쯤 있는 법. 그 비밀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비밀은 비밀이다. 남들이 보고 들으면 사소한 비밀 일 수도 있지만 본인 입장에서는 사소한 비밀이 아닌 본인의 세상이 무너져 내릴 정도의 엄청난 비밀 일 수도 있기에 대부분은 간직한 채 품기 마련이다.


 개인의 비밀은 크기가 크고 작든 자신의 안에 채워지다가 흘러넘치는 법이다. 어쩌다 비밀이 알려졌든 간에, 스스로가 흘러넘치는 것을 주체 못 하든 간에, 무엇이 되었든, 어떻게 되었든 비밀로 인해서 우는 사람도 있고, 웃는 사람도 있었다. 창피하거나 모든 것을 잃을 수 도 있다는 박탈감에 울기도 하고, 재미있거나 예상치 못하게 득이 되는 비밀에 웃으며 사람과 사람의 입을 통해서 구전동화가 전해지듯 널리 퍼지게 되면 돌이킬 수가 없어진다. 아무리 품어도 언젠가는 구멍이 나거나, 넘치거나 찢어지거나, 한계 초과로 인해서 언젠가는 새어나갈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수밖에 없어질 것이다. 내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믿고 의지하거나, 비밀이 사소하든, 비밀이 크던간에 항상 깔려 죽을 수도 있는 개미들처럼 신경 끄고 나아가든가. 쉽지는 않겠지만 약점이 될 수도 있는 자신의 비밀을 수치스럽게 여기며 부끄러워하는 것보다 포용하는 것도 자신의 능력이다.


 누군가가 그랬다. "비밀은 당신의 손안에 있을 때는 당신의 비밀의 주인공이지만, 입으로 부터 나와 버린 후에는 비밀의 노예가 되는 것입니다." 아마 이븐 가비롤 일 것이다. 하지만 영원한 주인공이라는 것은 없다. 영원한 노예라는 것도 없다. 노예로 해방되는 법은 다양하겠지만, 각자가 만들어 낸 이론일 뿐, 실천성은 매우 어려운 법이다. 그렇지만, 쉬운 일은 원래부터 없었다. 개개인의 경험이 쌓여 그것이 노하우라는 하나의 형태의 쉬운 실천성의 이론이 된 것이지, 처음에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니 비밀에 있어서 당당해지면 어떨까 한다. 막상 그런 상황이 나에게도 들이닥친다면 쉽지는 않겠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노예가 되는 것보다는 더 나을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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