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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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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동주 Mar 11. 2020

분주한 생각.

 바라만 보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은 깊은 곳에서 우러러 나와 속을 들끓게 하고, 이미 끓어서 뒤집어진 속은 식을 줄 모르는 채로 줄곧 본인을 지키려 서있는 것을 보아하니 저기 저놈은 보통 놈이 아니구나 싶었다. 이놈 저놈 하며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지만, 이렇게라도 지칭을 해야 할 듯싶었다.


 땅이 푹 꺼져라 쉬는 한숨은 그대로 지각을 뚫을 정도로 느껴졌으리라. 그렇게 생각하고 나서 혼잣말로 중얼거림을 반복하며 되뇌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숨이 나오는 이유를 알기 위하여, 그리고 나를 알기 위하여. 중얼거림을 마치고 나서는 이번에는 다른 생각이 물 믿듯이 넘쳐흐르기 시작하고, 이윽고 생각은 홍수가 되고, 바다가 되어 흐트러져 있을 때 그 안에서는 싸움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 싸움은 뒤엉킨 것들이 서로가 옳다며 서로의 옳고 그름을 따져 묻고 있는 중이지만, 역시나 누구나 그렇듯 옳고 그름이라는 것은 이미 확고 해져버린 신념이라는 이름의 자신만의 신이기에 풀기란 쉽지는 않은 법이지 않을까 싶다. 한창 진흙탕 싸움이 계속될 때면 곧이어 중재하기 위한 중재자가 나타나기 마련이지만, 마음속을 풀어 줄 중재자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기 마련이다. 진즉 그런 것이 있더라면. 우리 인생은 편했을 것이고, 마음과 생각 또한 편하게 우리를 배게와 이불 삼아 따뜻하게 누워있지 않았을까.


 그런 식으로 생각할 때 즈음 저들끼리 지쳐있는지 멈추기라도 한다면, 분주했던 몸과 마음, 생각은 좀처럼 안정이 된 채 미소를 띠며 연신 싱글벙글 미소가 떠나질 않게 된다. 깨끗하게 청소가 된 것이다. 깨끗하게 지나간 자리에는 흔적조차 남아있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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