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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키 Oct 29. 2022

지금 내 인생의 우선순위는?

그 첫째와 둘째

주민등록증 대신 해외동포 거소증을 지닌 나는 서류상으로 외국인이다. 게다가 난 현재 한국의 어떤 기관이나 협회에도 속해있지 않다. 더구나 난 빚도 잔뜩 지고 있다.


그로 인해 현재 나는 사회적 약자며 법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보호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일상의 여러 경우에서 경험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적 취약층에 놓여있는 내가 사람들에게서 존중과 인격적 대우를 기대한다는 게 기적을 바라는 것과 같은 거라는 걸 새삼 깨닫는. 


어쨌거나 그래도 난 실험을 계속하려 한다. 지극히 빈약한 연결 고리를 가지고 사회생활을 어떻게 존엄하게 할 수 있는지를 체험해 보는 건 의미도 크고 흥미롭기도 할 거다. 


어느 상황에서든 거짓과 굴종을 배제하고 의연하고 담백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래서 나답게 지낼 수 있다면 나머지 삶은 힘을 다 빼고 살아도 된다는 걸 거다. 두꺼운 겉껍질 다 벗겨내고  알맹이 그 자체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거다.


진흙 속에서 피어난 연꽃의 아름다움은 상상만으로도 산뜻하다.  꽃 피우는 환경이 어떠하든 본래의 아름다움을 어찌하랴! 일상에 연꽃의 맛과 멋을 들여놓은 삶은 참으로 단순하고  담백 거다. 내가 지향하는 삶은 그런 청량함이다.


나답게 사는 건  우선 내가 내 존재에 최고의 가치와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시작될 거다. 실천적으로는,  나를 설명 혹은 변명해야 되는 상황에 내가 나를 밀어 넣지 않는 거를 의미한다.


나의 극히 일부분을 보고 자기들의 틀로 재단하면서 함부로 하는 평가에 기분 나빠할 일은 아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평판에 나를 방치하고 휘둘리게 두는 건 일차적으로 나의 태만에서 기인하는 거다. 게다가 부정적 평판을 극복하느라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쓰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일일 게다.


말할 수 없거나 말하고 싶지 않으면 침묵하는 것도 방법 중의 하나 일 게다. 인생의 신비로운 힘은, 내가 어떤 상태에 있든, 존엄성을 유지하며 존재하게 한다는 거다.


근래의 사건과 사고들을 경험하면서 나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보다 앞서는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게 명백해졌다. 그래서 삶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면서 살기로 한다.


평화로움을 깨뜨리는 일이 파생되는 걸 난 가능한 내 능력을 다 발휘해 막을 거다.  혹시 그 훼방 요소가 나로 인해 생성된다면 나를 바꾸는 일에 난 내 온 힘을 다 쏟을 거다.  그래서 허세와 착각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나로 존재하는 거다.


그렇다! 지금 내 인생의 우선순위 첫 째는 내 몸과 마음의 건강과 편안함이다. 우선순위 둘 째는, 나만의 독특한 문자향을 풍기는, 아름다운 문장 만들기다.


변명도 미화도 없는 건강하고 깔끔한 삶!

말 맛나는  문체 다듬기!


내가 사랑하는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말했다.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그 문제를 사라지게 만드는 방식으로 사는 거라고. 내 몸과 마음의 평화를 해치는 그 어떤 것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그래서 해본다.


그가 또 그랬다. 언어의 한계는 자기 세계의 한계라고. 내 언어를 깊고 넓고 높고 크게 만들기 위해 내 생각과 의지와 행동을 깊고 넓고 높고 크게 하리라 그렇게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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