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지가 바로 저긴 데

예서 말 수는 없다.

by 더키

통장에 돈이 들어왔다. 숨통이 트이고 맘이 놓였다. 꿈이 이루어질 거라는 확실한 징조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인건비 밀린 걸 대충 해결할 수 있게 됐고 중단되었던 집수리도 재개할 수 있겠다.

아~ 드디어 이 고비를 넘기는구나. 형언할 수 없는 벅찬 감정에 잠시 멍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그만둘 수는, 정말 그럴 수는 없다고.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을 누가 뭐래도 꾹 참고 버텼더니 드디어 이런 순간이 진짜로 오긴 오는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내가 다행스럽고 고맙기도 해서 어깨를 툭툭 쳐줬다.


사실 숨이 아주 가쁘지는 않았다. 다리에 힘이 풀린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혼자서는 도저히 더 나아갈 수가 없었다. 불빛 하나 없는 칠흑 같은 밤만 내리내리 지속되었고 앞길 옆길 모두 덤블 투성이었고 울퉁불퉁 여기저기 패인 길을 도저히 걸을 수가 없어 잠시 멈춰야만, 서 있어야만 했다.


그래도 그냥 믿어졌다. 내가 이렇게 끝날 수는 없을 거라고. 평생 품고 있던 것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아무것도 아닐 수는 없을 거라고. 남들에게는 근거 없는 자신감일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확고한 믿음이었다.


바람대로 거의 되어가고 있는 거 같다. 포기 않고 버티는 내게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들이 손전등을 쥐어주고 가시덤불을 쳐준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감사와 감사의 기도를 거듭거듭 드린다. 내게 힘을 주는 모든 이들을 위해서. 어느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보살피시는 주님께.

keyword
작가의 이전글회색지대에 머무르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