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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키 Oct 13. 2022

내 심리상담의 여정-게슈탈트와 NLP


내일, 괴산 집으로 제자 가족이 찾아오겠다고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들을 기다린다. 가족 구성원 모두는 내게 뿌듯함을 느끼게 해 준다. 얼마 전까지도 나는 가슴 벅차게 만드는 학생들과 내담자들을 제법 많이 가지고 있다는 걸로 내가 잘 살고 있는 줄 알았었다.


오늘 밤은 작정하고 나의 상담 여정을 되짚어 보기로 한다.  


사람들은 자기 만의 독특한 성장 경험을 통해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을 연구하거나 실천하려고 한다. 난 내 삶을 특히 결혼 이후의 상황을 교육학과 심리학의 이론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무의식 바탕에 깔려있는 종교와 문화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아마도 독서와 교육을 통해 만난 수많은 석학들의 사고방식과 행동 방식이 내 의식을 참 많이 성장시켰을 거고 내 판단의 준거가 되었을 거다.  매슬로우(Abraham Maslow)는 인간의 필요와 욕구에 대해 피라미드를 이용하여 설명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제 무엇을 어떻게 추구하는지를 무심코 드러내면서 산다고 한다.


인간 생존의 기본적 욕구를 일단 해결한 사람들은 단계적으로 좀 더 추상적인 심리적 정서적 욕구를 추구한다는 거다. 그는 필요와 욕구의 최고 단계를 자아실현이라고 했다. 나는 특히 자기실현을 이룬 사람들의 특징을 정리해 놓은 그의 노트에 매혹되었고 이러한 단계적 범주에서 벗어난 예외적인 사람들의 삶 역시 놓치지 않고 집어낸 그의 통찰력에 감탄했었다. 언젠가 찬찬히 다시 들여다보면서 나의 삶이 그때와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해보고 싶다.   


삶에서 내가 최고로 치는 건 내가 매슬로우 같은 대단한 학자들을 끊임없이 만나며 살아간다는 거다.  그들의 생각과 삶의 궤적을 쫓다 보면 어쩌다 아주 가끔이지만 그들과 동일시되는 순간들을 만나게 되고 그래서 살아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괜찮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니까. 간간이 찾아오는 이런 고마움과 기쁨 때문에 난 그렇게 오랫동안 학교에  머물렀는지도 모르겠다.   

    

인간 변화에 대한 이론과 심리치료 기법에 관해서 공부하고 일상에 적용하는 일이 내 일이다. 삶의 외연과 내면의 흐름, 그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서 말이다.  


내 심리상담의 시작은 게슈탈트 심리치료다. 첫째가  1년 6개월이 되었을 때, 대학을 졸업한 지 8년 만에 부산대 대학원 교육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시작했다. 교육사회학을 전공으로 해서. 그때는 정말 교육과 사회적 시스템의 변화가 인간의 삶을 더 낫게 해 줄 거라는 믿음이 확고했었으니까.


그리고는 바로 둘째 아이를 갖게 되었다. 유산의 위험을 넘기고 태어난 아들과 두 살 터울의 딸을 키우는 일은 만만찮았다. 몇 번씩이나 공부를 중단해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했었지만 남편과 이웃집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논문을 쓰기 직전 내 인생의 방향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집단상담의 이론과 실제’ 과목을 수강했다.  


한국에 MBTI (심리유형)를 들여온 심혜숙 교수님은 교육학과 전체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게슈탈트 집단상담을 실제 진행하는 것으로 한국에서의 첫 강의를 시작하셨다. 집단 상담의 일원이 되어 나를 들여다보는 작업은 그때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였다. 내 감정을 그대로 경험해 보는 일은 신기할 정도로 흥미로웠고 놀라울 만큼 지적이었다.  


게슈탈트 심리치료 기법의 창시자, 프리츠 펄스 (Fritz Perls)는 내 삶의 초점을 온전히 바꿔 놓았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제도와 문화적, 교육적 환경 개선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내가 인간의 내면 경험에 제대로 눈 돌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인간의 불행을 사회구조 속에서만 보던 시선을 개인의 실제 경험과 그들의 에 대한 태도로 옮겨서 살펴보게 된 거다. 내가 지금 적용하고 있는, 경험에 대한 해석 방식은 아마도 그때 토대가 만들어졌을 거다.


전경과 배경을 오고 가며 이슈(매 순간의 우리의 관심사)가 변하는 것에 대한 이해를 얻었고 현상학에 기반을 둔 경험 분석법을 그때 배웠다. 그리고 감각 경험에 대한 자각과 깨달음에 대한 깊이도 그때 한층 깊어졌고. 


결국은 논문도 게슈탈트 집단 상담을 통한 전문직 여성들의 자아실현에 관한 연구로 했고 그 과정은 너무 흥미로웠었다.


내가 요즘 주로 적용하는 심리치료기법은 게슈탈트 심리치료의 영향을 많이 받은 NLP이다.


산타 크루즈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at Santa Cruz)의 컴퓨터 공학과 과학부 학생이었던 리처드 반들러 (Ricaard Bandler)는 인간 행동 변화와 심리치료에 관심이 많았었고 우연히 프리츠 펄스의 책 교정 알바를 하면서 그의 기법과 성공적 치료 결과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자기 대학의 언어학 교수였던 존 그린더(John Grinder)와 함께 가족 심리치료사의 대가인 버지니아 사티어(Virginia Satir)와 간접 최면으로 독보적 존재였던 정신과 의사 밀튼 에릭슨의 성공적 치료 결과에 주목하여 그들의 기법 특히 언어 패턴을 연구, 모델링함을 시작으로 함께 NLP (Neuro Linguistic Programming), 즉 신경언어프로그래밍을 창시하게 되었다.


나는 운이 좋게도 리처드 반들러에게 세 번씩이나 트레이닝을 받았고 개인적 친분을 쌓을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NLP 초창기 학생들(8인이었다고 함)중의 하나였던 로버트 딜츠(Robert Dilts)와 존 그린더의 첫 째 부인이었던 쥬디뜨 로지에(Judith de Rozier)는 나의 많은 NLP 스승들 중의 두 사람이었고 나를 마스터 트레이너로 훈련시켰고 자격증을 수여했다.


NLP 창시자와 초창기 멤버들에게 훈련받으며 일어났던 재밌는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는데 나중에 제대로 풀어 보려 한다.


NLP를 간단명료하게 소개한 글이 있다. 스티브 안드레아스 Steve Andreas가 쓴 책, “개구리에서 왕자로”의 서문이다. 이 책은 리처드 반들러와 존 그린더가 함께 진행했던 초기의 NLP 실제 세미나를 처음으로 책에 담아 놓은 것이다. 그가 서문에서 밝힌 그의 NLP 경험은 나의 것과 아주 많이 닮아 있다.


스티브 안드레아스는 게슈탈트 심리치료사였고 존 오 스티븐스 John O. Stevens라는 이름으로 게슈탈트 심리치료사들이 바이블로 여기는 책, “Awareness”를 쓰기도 했다.  


내가 처음 NLP를 접했을 때의 놀라움이 그의 것과 똑같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인간 변화에 대한 기존의 믿음을 의심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에서 게슈탈트 심리치료사의 자격증을 따내고 아일랜드 정부 기관에서 커플 떼라피스트로서 일하기 시작한 지 1년 정도 되었던 2001년, 11월이었다.


주기적으로 하는, 심리치료사들끼리의 자기 성장 프로그램에서였다. 고질적인 죄책감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던, 우리 대부분이 다 아는 동료 하나가 그룹 안에서 개인 작업을 하기로 했었다. 세미나를 이끌던, 미국에서 온 NLP 트레이너는 그 작업 과정을 무대에서의 퍼포먼스처럼 보여주었다. 자세한 상황 설명은 필요 없다며 곧 몇 가지 기법을 쓰면서 너무나 쉽게 풀어냈다. 1년 내내 붙들고 씨름하던 그녀의 문제는 정말 감쪽같이 사라진 듯했다. 몇 가지 확인 과정을 거쳤음에도 그녀의 맑고 깨끗한 정신과 심리 상태는 변함이 없었다.


스티브와 나, 우리 둘도 대부분의 심리치료사들처럼 변화란 더디고 어려우며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경험과 배운 지식에 의해 그렇게 조건화되어 있었던 거였다. 스티브도 나도 반복적으로 내담자로 하여금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지 않게 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줬던 적이 수없이 많다. 우리 둘은 변화의 결과 역시 비교적 영속적임을 확실히 목격했지만, 또 가끔 그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도 동일했다. 그래도 여전히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우리 둘 다 스스로 체험했다는 사실과 우리에게 훈련받은 학생들이 같은 경험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내 경우, 한국에 오기 전에 이미, 패밀리 센터에서 혹은 내 개인 상담실에서 내담자들과 기적 같은 경험을 여러 번 했었다. 많은 사례 중에 금방 떠오르는 예를 들어 본다. 아이 셋을 낳고 살면서 여전히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없어 모든 문장을 “I don’t know”로 시작하던 여자를 자신만만한 전문직 여성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나 광장에 모여있는 비둘기 떼가 무서워 평생 여행을 다니지 못했던 배관공의 아내를 고쳐주었던 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마음이 조금만 불편해도 머리카락을 뽑아 대머리가 되었던 여학생을 고쳐놓아 그녀의 이모부 즉 나의 직속상관 센터 디렉터의 단단한 신임을 받기도 했었다. 머리카락을 예쁘게 기른 그녀는 신나게 대학 생활을 하면서 미스 워터포드가 되어 그녀의 지성미를 뽐내기도 했다.

 

스티브와 난 똑같이 NLP가 사람들에게 특별히 강요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좋아했는데, 특히 기법을 습득하는 과정을 실제로 경험하면서 삶의 기본적 개념이나 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었다. 자기 스스로의 신념체계와 가치체계를 체계적으로 점검해 보도록 하는 것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매력 포인트였다.     


나도 스티브도 잠시 멈추어 자기 인생을 들여다보는 일을 하자고 내담자를 자기 작업에 초대한다. 우리가 무엇에 이끌려 살고 있는지를 안다는 건 자기 인생의 거의 모든 이슈의 단초를 알아차리는 것과 같다. 생각과 아이디어와 신념을 검증해서 그것들이 우리 삶을 더 좋게 하는지 아니면 자기 능력을 제한시켜 더 나쁘게 만들고 있는지 알아보는 거다.


NLP는 우리가 살면서 누군가와 부딪치거나 객관적 판단을 요하는 일들이 생기면 잠깐 멈춰서 상황의 본질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약 각자가 들이대는 잣대로 언쟁을 해야 되는 상황이라면 정답 없는 싸움에 머물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더 나은 윈윈의 결과가 무언지 얼른 파악하는 것이 더 현명할 거라고 말이다.


인생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시도가 얼마나 우스운 거였는지 살아가면서 점점 더 명확하게 알게 되지 않는가? 우리가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를 이 접근법을 통해 제대로 훈련받은 것이 내게는 가장 멋진 거았다.


인간 경험과 의사소통에 대한 선명하고 강력한 이론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은 진짜 멋지다.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한 변화는 깊이도 있고 지속적일 수도 있다. 불쾌한 감정 반응을 제거하거나 공포증을 치유하는 일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학습장애 요소들을 극복할 수 있게 해 주고 흡연, 음주, 과식, 불면증, 공황장애 등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 습관을 제거하는 작업은 실질적이고 유용하다. 심인적 신체적 증상들을 살펴보고 치유하는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은 흥미롭고 유익하다. 성장을 통해 보다 생산적이고 만족스러운 관계를 맺고 결국은 자기 삶을 원하는 방식으로 영위케 하는 일은 축복받은 작업이라고 하겠다.   


세상에는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 물론 무지하게 많다. 어떤 과정이나 결과에 잘못된 무엇이 있는가를 찾고 싶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수 도 없이 들춰내고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대신, 그 능력과 에너지를 유익한 무엇을 찾아내는데 쓰는 훈련에 투자한다면 그 성취감은 우리 인생에서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게 해 줄 거고 아마도 우리가 원하는 삶에 아주 까이 갈 수 있도록 바꿔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공부를 오랫동안 함께 해온 제자들을 만나는 일은 가슴 벅찬 일이다. 차가운 밤공기가 청량하게 기분 좋게 내게 스며드는 건 아마도 그래서 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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