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바다를 다녀왔습니다

사랑에 관하여 -1편-

by one s story
결과 곁



그 카페 원탁 테이블은 아주 큰 나무의 밑동을 잘라 만들었다. 수십 개의 나이테가 보이는 탁자. 내가 산 삶보다 훨씬 더 오래된 삶이다. 그 위에 잔을 놓을 때마저 조심스러워졌다. 나이테를 보면 나이뿐만 아니라 나무의 일생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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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나무의 생장 초기 신생아처럼 일정한 모양으로 시작한다. 나무는 계절에 따라 다르게 생장하는데, 봄에 수분을 많이 빨아들여 자라는 것을 춘재라, 겨울에 수분이 없을 때를 추재라 한다. 춘재와 추재를 합하여 1년으로 본다. 나이테가 넓은 쪽이 남쪽이라 정설이 있는데 실제로는 토향의 경사와 가장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 나이테를 보면 나무가 몇 살이며 어느 땅에 살았는지 언제 봄 겨울을, 열매를 맺혔는지 추측할 수 있다. 나이테의 결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다. 나무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생물도 보이지 않는 결들을 지닌 채 살아갈 테지. 사람도 별반 다를게 없다.


한결같은 사람. 사람의 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람마다 보이지 않는 결들을 가지고 있다는 건 응당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과 엇갈리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거다. 어디에 뿌리를 두었는가,에 따라 나이테의 결은 달라진다. 자라온 환경, 가치관, 성격들이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 존재한다. 나조차 그런 것들을 가지고 있을 텐데 그것들을 내 의지대로 바꿀 수는 없다. 올곧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있는 반면에 절벽 위에 비틀어진 소나무도 있는 거다. 다시 말해 애초에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어울리지 않는다는 표현이 조금 더 적합할 거다.


나무 기둥을 세울 때 나이테의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 목수가 나이테가 넓은 쪽이 남쪽이라 하여 남향 기둥을 고집한다. 결의 응집력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맞지 않는 나무 기둥에 분열이 생긴다. 한 그룹 속에서 어울린다는 것은 결이 맞는 사람들끼리 서로 응집력이 약한 부분을 감싸주어야 가능하다. 입을 맞추지 않더라도 말하는 것이 비슷한 사람. 말은 곧 사상이니 그 사람과의 어느 부분에 있어 가치관이 비슷할 거라 추측하고 기대하게 된다. 그런 사람들과의 시간을 오래도록 보내고 싶다. 옆이 아닌 곁에 두고서. 결과 곁이라는 단어의 연관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결은 어떤 생물이 자라오면서 가지게 된 방향이나 무늬. 곁은 어떤 대상의 공간적 심리적으로 가까운 거리. 결이 비슷한 사람을 곁에 두고 싶다.는건 욕심일까.


심리학자 에릭슨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의 발달은 전 생애 과정으로 본다.]


사람은 계속해서 자라난다. 가지를 뻗어가듯 여러 결들로 갈라지면서. 그에 따라 내 곁에 머무르는 사람도, 떠나는 사람도 존재한다. 어릴 적 세상 모든 걸 다 알 것 같은 부모님도, 사춘기 시절 나를 알아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멀리하였다. 그 사람이 내 곁에 머물지 않았다 하여 한결같지 않은 사람이라 속단할 수 없다. 그 사람만의 결대로 뻗어가다 내 결과 어울리지 않아 멀어진 것뿐이다. 그런 식이 몇 번이고 반복되다 보면 무언가를 탓하게 된다. 탓할 게 없어 어디에 뿌리를 내렸는가.에서 뿌리를 찾게 된다.


나의 뿌리는 아마 조모(祖母)일 것이다. 어릴 적 맞벌이하는 부모 대신 나를 키워줬으니. 뿌리 같은 그녀의 손을 보면 아무런 탓도 할 수 없었다. 자연스레 그 일생을 짐작하게 된다. 아들딸들을 낳고 다 큰 자식이 아이를 낳아 그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았을 눈. 불현듯 붉어지며 눈물을 흘릴 때에 마른 칡뿌리에서 즙을 짜내듯 안타까웠다. 그 안 수십 개의 결을 감히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몇 번의 춘재와 추재를 함께 보냈으니 그 안에 나라는 결이 존재할 거다.결이 비슷한 사람을 곁에 두고 싶다.는건 욕심이라 확신하여 그저 그녀의 곁에 내가 남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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