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바다를 다녀왔습니다.

우울에 관하여 -2편-

by one s story

두 번째는, 1600년대 영국의 표현 중 "강렬한 시각적 환각을 동반한 심한 알코올 금단 증상"이란 용어를 줄여 ‘Blue Devils’라 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 단어에서 ‘Blue’만 남아 ‘Blues’가 되었고 불안, 우울한 상태를 뜻하는 말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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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장르 중 블루스(Blues)가 블루스인 이유는 노랫말이 향수, 사랑의 아픔, 그리움을 담고 있어서다. 우리나라로 치면 트로트 계열인데, 그 둘은 ‘삶의 애환을 위로해온 음악들’이라 칭한다. 애환(哀歡)은 슬픔과 기쁨을 뜻하며 기쁨과 겹말이다. 왜 환애(歡哀, 기쁨과 슬픔)가 아닐까, 시작점을 잡고 생각을 뻗어간다. 슬픔 뒤에 오는 기쁨 과 기쁨 뒤에 오는 슬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비슷한 맥락이지만, 실은 기쁨보다 슬픔이 더 잦다고 느낀다.


하루를 회상할 때 장기기억 중 일상기억을 사용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람의 기억력은 점차 감퇴한다고 하지만 단기기억만 해당 될 뿐 일상기억은 감퇴하지 않는다. 다만, 일상이 반복적일수록 하루의 기억되는 일은 적어진다. 그것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루가 빨리지나간다고 느끼게 만든다. 사실 기쁨과 슬픔의 비율은 비슷한데, 기억 남는 더 짙은 감정이 슬픔이지 않을까, 한다.


머피의 법칙처럼 한번 벌어진 슬픈 일들은 또 다른 슬픔을 몰고 온다. 슬픔과 슬픔 사이를 살아가기 위해 찾았던 것이 소소한 기쁨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재즈 1세대들은 실연 등의 슬픈 일이 있을 때 마다 “난 이제 블루스를 더 잘 연주할 수 있게 됐어.” 라며 위안을 삼았다. 다시 말해 삶 곳곳에 애환이 담겨있고 그런 것들은 사람과 사람마다 공명을 일으켜 심금을 울린다. 느린 박자감과 특유의 그루브가 어찌하여 슬픔을 연상시키게 되었는가. 어째서 뜻도 모르는 가사의 의미가 전해지는걸까.


코로나19가 퍼질 무렵 1~3월 미스터 트롯이란 예능 프로그램은 최대 시청률 35%까지 달성하였다. 코로나19(COVID-19)라는 질병 환경에 맞게 우리는 적응해가고 있다. 생존을 위해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었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강제적으로 혼자 있어야 할 시간이 늘어난 사람들은 외로움과 불안함을 느낀다. 어두운 감정 결의 끝은 곧 우울로 이어진다. 얼마 전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 불안감을 뜻하는 말인데, 증상은 마스크로 인해 갑작스럽게 숨이 차오르는 공황장애에서부터 마스크를 옷과 동일하게 생각해 벗는 것을 거부하는 5살짜리 아이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 시기에 트로트는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트로트를 찾는 게 아닐까. 마치 슬픈 일 다음 위안을 삼고자 블루스를 연주했던 한국의 재즈 1세대들처럼 말이다.





나는 밤을 좋아한다. deep blue 나 midninght blue 정도. 퇴근시간 해가 저물 때보다 해가 완전히 저물었을 때를 좋아한다. 다시 말해 나는 밤과 그 온도를, 어쩌면 그 정도의 우울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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