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부터 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했다. 교사에서 소위 말하는 장학사가 되었다. 갑작스러운 임용으로 다니던 학교를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학교일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불편한 일도 있어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설렘은 다소 뒤로 밀어둬야만 했고 머리가 아팠다. 작열하는 태양에 지치고 사람에 지친 나였다. 여름의 끝자락 새로운 곳으로 처음 인사를 가고 인수인계를 받으러 갔다.
낯선 곳으로의 새로운 시작은 23년 전 신규교사 임용 때와는 다른 또 다른 긴장과 불안을 선사했다. 옷매무새를 여러 번 확인하고, 업무인수인계를 잘 받을 수 있게 커피를 진하게 마신 후 지친 뇌를 깨워 찾아갔다.
초등학교와는 또 다른 교육기관이니 긴장이 백배다.' 아.. 그동안 교무실에 오던 신규 선생님들께 더 잘해줄걸?' 이런 터지는 긴장감은 오랜만이다.
문을 여는 순간. 모두가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반갑게도 맞아주었다.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나에게 꽃다발을 내밀었고 박수까지 쳐주었다. 신규 교사 임용 때도, 학교를 옮겼을 때도 받지 못했던 환영이었다. 모두 낯선 사람들이었지만 분위기는 따뜻하고 편안했다. 이들과의 만남 속에서 머릿속에 번뜩 '환대'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아... 이들은 나를 진심으로 환대하고 있구나.' 학교와는 다른 경직되고 보수적인 문화가 있다고 들었던 내 걱정과 불안은 무장해제 당했다. 내가 일하는 공간에서 이런 환대를 받은 적이 있었나, 내가 누군가를 이렇게 환대해 본 적은 있었나 생각해 봤다. 조금은 과하다 싶어도 처음이니까, 시작이니까 누군가를 이토록 환대해 줄 수 있는 게 아닐까. 아무것도 모르는 신규를 이렇게도 따뜻하게 품어주는 공간이라니. 그 순간 이 공간에서 잘하고 싶어져 버렸다.
새로 산 옷이 어쩐지 어색한 그런 진짜 첫 출근 아침. 자리에 처음 앉으며 마음속으로 '일단 첫날부터 잘 보내보자' 내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출근하시면서 현관에 키오스크 보셨어요?" 앞자리 주무관님이 말을 건넸다.
"키오스크요?" 하면서 현관으로 같이 나가봤다. 주무관님과 함께 현관으로 나가보니 가운데에 키오스크가 있었다. 기관 홍보용 키오스크인데 내 첫 출근을 환영하는 카드 영상이 있었다. 이게 과연 있음 직한 환대인가 싶었다.
지극한 환대를 받고 시작한 일도 어느새 한 달이 흘렀다. 환대의 힘으로 주 6일 근무와 초과근무를 견디어 내고 육지 출장을 다녀오며 무사히 처음 맡았던 내일들도 잘 끝냈다. 학교와는 다른 업무량에 출근하면 어느새 퇴근 시간이 되고 집에 가면 밥만 먹고 잠을 자고 다시 출근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비록 몸은 힘들더라도 마음은 그 어떤 시간보다 많이 편안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 역시 누군가를 맞이하게 된다면 지극한 환대를 해볼 생각이다. 그에게도 내가 받은 환대의 '싹'을 줄 것이다. 환대를 받아본 사람이 환대를 할 수 있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