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귤을 보내주는 후배가 있다. 직접 귤농사를 해서 보내주는 것인 만큼 받을 때마다 이 마음을 어떻게 갚아야 되는지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미안함도 잠시 후배가 보내준 귤을 하나 먹었는데 귤이 원래 이렇게 맛있었나 싶을 만큼 달았다. 바짝 말랐던 입안이 귤의 과즙으로 가득 채워지자 행복이 밀려왔다. 학원을 다녀온 아이가 부엌에 놓인 귤박스를 보더니 대뜸 한마디 하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이모가 나 먹으라고 보내주셨구나!"
아이가 씻는 사이 귤을 접시에 담아 방 책상 위에 두었다. 다음날 아침 아이의 방문을 열었더니 귤 향이 방 안 가득 느껴지고 책상 위에는 귤껍질이 가득했다. 그렇게 아이와 나는 며칠 만에 5kg 귤 한 박스를 다 먹었다.
사실 아이와 나는 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애쓰게 귤을 보내줬는데 둘만 지내는 우리가 다 못 먹으면 미안할 것도 같아 거절도 했었는데 기어코 후배는 매년 귤을 보내왔다. 덕분에 후배가 귤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후로는 늘 이맘때면 맛있는 귤을 먹고 있다. 귤을 좋아하지 않았던 아이도 자기가 세상에서 먹어 본 귤 중에 이모네 귤이 제일 맛있다며 양손의 엄지를 흔들어 댄다. 이제 아이와 나에게 귤은 맛있는 과일임이 틀림없다. 그러기를 몇 해. 아이는 이제 이모가 왜 귤을 보내는지를 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모가 또 귤을 보냈구나 하고 먹던 아이가 이번에 이모가 자기 먹으라고 보냈다고 말하던 그 순간. 아이를 유치원 때부터 봐 온 후배에 대한 고마움이 더 커졌다. 유치원생이었던 아이는 내년에 고등학생이 된다. 아이는 후배가 자신을 아껴주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아이와 단둘이서만 살아온 지 벌써 7년째다. 무탈하게 그 시절을 건너올 수 있게 도와주고, 우리를 응원해 준 사람들에게 사실 마음의 빚이 많다. 어릴 적부터 내 옆에 늘 그림자처럼 함께 있던 아이를 그 시절 모두는 기억하고 있다. 여전히 우연히 만나게 돼도 아이는 잘 있냐고 모두 안부를 묻는다. 아이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같이 기뻐해주고,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손을 잡아주던 사람들. 아무튼 그들 덕분에 아이도 나도 일상에서 큰 마음의 동요 없이 살아가고 있다. 사람은 서로에게 반사되는 빛으로 가장 행복해진다는 말처럼 아이와 나는 부족한 환경 속에서도 그들이 내어주는 빛으로 꿋꿋이 행복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좋은 사람들의 내어주는 빛 덕분에 삶은 조금씩이라도 살기 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