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지구인 이야기 (22)
"잡아야지!"
원격수업이 있으면 아이는 내 퇴근시간까지 혼자 집에 있는다. 학원이나 학습지도 하지 않기 때문에 내내 집에 혼자 있는 아이가 저녁시간 집 현관 도어록을 여러 차례 불규칙적으로 누르는 소리에 얼마나 겁이 났을까 걱정이 되면서도 제법 당당한 모습에 웃음이 인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어느 밤. 답답한 마음이 들어 산책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늦은 시간이라 선뜻 나서기를 주저하게 됐다.
"엄마랑 산책 가줄래?" 쭈뼛쭈뼛 아이에게 말을 건넸다.
"그렇게 가고 싶어?" 시큰둥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알았어. 이번에 한 번은 가줄게." 어렵사리 얻어낸 승낙으로 늦은 밤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하던 중이었다.
아이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한마디 했다.
"엄마는 겁쟁이여서 혼자 밤에 잘 못 다니는데, 아들이 든든하게 보디가드 해주니 좋네."
"난 반대인데." "반대?"
"난 엄마가 있어서 이렇게 밤에도 안 무서운 거였는데? 엄마는 내가 엄마를 지켜준다고 하고 나는 엄마를 지켜준다고 하고"
"그러게 서로 반대로 생각했네,."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이 아이와 나는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런데 엄마는 겁쟁이인데 만약에 다른 사람이 나를 괴롭히면 어떻게 할 거야?"
"그때는 엄마가 난폭꾼이 되어서 막 덤빌 거야. 엄마들은 원래 그래." 어이없어하는 아이는 내 대답이 만족스러운 듯 웃는다.
돌봐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해온 아이에게 어느새 일상의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년에는 엄마보다 내가 키가 더 클지도 몰라."라며 너스레를 떠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대답한다.
"네가 있어서 엄마는 하나도 안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