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지구인 이야기(23)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아이의 낯선 모습을 하나씩 목도할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그저 그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뿐. 애써 가르치려다간 오히려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만 남기고 금세 후회하게 된다. 나는 아이에게 서운할 때 잘 쓰지도 않는 SNS로 들어간다. 그 속에는 어김없이 8년 전 오늘, 3년 전 오늘과 같은 알림이 있고, 추억돌아보기 버튼을 눌러 그 추억들에 빠져들며 잠시 위로를 받는다.
앞니가 빠진 아이가 해맑게 웃으며 내게 나뭇잎을 들어 보이는 모습, 화가를 꿈꾸는 아이가 처음 그렸던 정체불명의 그림들, 뜻도 모르면서 영어 노래를 흥얼거리는 아이의 영상까지 그 모든 것들이 내게는 심리적 응급처치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난데없이 이 귀여운 아이의 모습이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이제는 외출도 안하려고 하고 사진도 잘 찍혀주지 않는 아이를 보며 이대로 귀여운 내 아이는 끝인가? 하는 생각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와의 어릴 적 추억을 쓰기 시작하다가 그 즈음 사춘기로 접어든 아이의 모습을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글을 브런치에서 완성하면 매번 아이가 내 글을 첫 독자이기를 바라면서 아이의 카카오톡으로 제일 먼저 공유한다.
자기가 주인공인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는 매번 읽으면서 무척 좋아한다.
"어! 엄마 이거 썼구나!"
"어때? 잘 썼어?"
"응! 엄마 조금만 더 노력하면 진짜 작가도 될 수 있겠는데?"라며 칭찬과 격려도 가끔 해준다.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2019, 와이즈베리)에서 '인생을 살면서 모든 순간이 아름다울 순 없다. 순간순간이 아주 가끔 아름다울 뿐이다. 우린 그 순간들을 이어서 별자리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아마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이렇지 않을까? 사랑하고 사랑해야 되는 존재이지만 매 순간이 아름답지는 않다. 사실 나 역시도 노력은 하지만 내가 얼마나 날 선 말을 잘할 수 있는지, 마음씨가 나쁜 사람인지 아이를 키우면서 처음 깨달았다. 매번 아름답지도 행복하지도 않지만 하나하나의 소중한 순간을 이어서 아이에게 하나의 별자리로 만들어 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인 것 같다.
나는 글로 아이의 순간을 이어가고 있다. 이 별자리에서 어느 별은 어두운 색깔로 또 다른 별은 밝은 별로 놓이겠지만 아이가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만들어진 것을 보고 추억을 돌아보며 셀프 응급처치를 했으면 한다.
언젠가 만난 지인이 내 브런치의 글을 읽다 보면 내 아이를 좋아하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나 역시 내 아이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글을 쓸 때마다 아이를 더 사랑하게 된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를 바라보며 섣부르게 기대하지도 실망하지도 않기로 했다. 모든 아이의 행동이 어떻게 아이의 인생의 다른 장면으로 이어져 별자리가 만들어 질지 조용히 지켜보며 오늘도 나는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