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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Jan 12. 2022

넌 귀한 사람이야

13살 지구인 이야기(2)

"엄마! 수건 하나만 줘"

샤워를 마친 아이가 화장실 문을 빼꼼히 열어 거실에 있는 나에게 말했다.

마침 빨래를 개던 참이라 마른 수건을 하나 들고 화장실 앞으로 가져갔다.

"엄마! 패스! 패스!"

아이가 던지라는 듯 왼손을 움직이며 손짓한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화장실 문 앞에 가서 수건을 손에 건네주고 왔다.

"엄마 왜 패스 안 하고 가져다줘?"

아이가 수건을 받아 들며 말했다.

"뭐든 던지는 건 아니야. 직접 네 손에 주고 싶어."

짧은 정적이 흐른 뒤 아이는 웃으며 말했다.

"엄마, 고마워"


나는 아이에게 우유나 음료를 줄 때도 가능한 컵에 따라 주고 간단한 간식을 챙겨줄 때도 그릇에 담아 쟁반에 받혀 주려고 한다. 과자도 한 번에 다 먹을 수 있는 양이면 봉지를 까서 접시에 담아내어 준다. 외출 시 내가 먼저 나갈 일이 생기면 나중에 나갈 아이가 편히 신발을 신을 수 있게 신발 방향을 돌려 놓아주 한다. 이제는 스스로 그렇게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 그럴 기회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상황에서는 그렇게 챙겨주고 있다.  


아이를 귀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귀하게 대접받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귀하게 대접받은 경험들이 모여 자신을 귀한 사람으로 만들고 다른 사람 역시 귀한 사람으로 대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의 세계>(사계절 , 2021)에서 저자 역시 어린이들이 좋은 대접을 받아 봐야 계속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며 학원에 오는 아이들이 수업 후 벗어놓은 점퍼나 코트를 입을 때 뒤에서 잡아준다고 했다.


나는 내 아이의 귀함을 지켜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 그러기에 나 먼저 아이의 일상의 공간과 시간에서 작은 것들에 정성을 다하려 한다.


'넌 귀한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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