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수건 하나만 줘"
샤워를 마친 아이가 화장실 문을 빼꼼히 열어 거실에 있는 나에게 말했다.
마침 빨래를 개던 참이라 마른 수건을 하나 들고 화장실 앞으로 가져갔다.
"엄마! 패스! 패스!"
아이가 던지라는 듯 왼손을 움직이며 손짓한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화장실 문 앞에 가서 수건을 손에 건네주고 왔다.
"엄마 왜 패스 안 하고 가져다줘?"
아이가 수건을 받아 들며 말했다.
"뭐든 던지는 건 아니야. 직접 네 손에 주고 싶어."
짧은 정적이 흐른 뒤 아이는 웃으며 말했다.
"엄마, 고마워"
나는 아이에게 우유나 음료를 줄 때도 가능한 컵에 따라 주고 간단한 간식을 챙겨줄 때도 그릇에 담아 쟁반에 받혀 주려고 한다. 과자도 한 번에 다 먹을 수 있는 양이면 봉지를 까서 접시에 담아내어 준다. 외출 시 내가 먼저 나갈 일이 생기면 나중에 나갈 아이가 편히 신발을 신을 수 있게 신발 방향을 돌려 놓아주곤 한다. 이제는 스스로 그렇게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 그럴 기회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상황에서는 그렇게 챙겨주고 있다.
아이를 귀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귀하게 대접받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귀하게 대접받은 경험들이 모여 자신을 귀한 사람으로 만들고 다른 사람 역시 귀한 사람으로 대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의 세계>(사계절 , 2021)에서 저자 역시 어린이들이 좋은 대접을 받아 봐야 계속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며 학원에 오는 아이들이 수업 후 벗어놓은 점퍼나 코트를 입을 때 뒤에서 잡아준다고 했다.
나는 내 아이의 귀함을 지켜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 그러기에 나 먼저 아이의 일상의 공간과 시간에서 작은 것들에 정성을 다하려 한다.
'넌 귀한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