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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Jan 11. 2022

책 읽어줄래?

13살 지구인 이야기(1)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내 아이는 책 읽기보다는 재미있는 게 더 많은 초등학교 고학년이다. 요즘 부쩍 대중가요에도 관심이 생기고 유튜브 영상을 보는 재미에도 빠져있다. 그런 아이가 오늘은 어쩐 일인지 잠을 자야 되는 시간까지 책을 읽고 있다.


"무슨 책이니?"

아이가 읽다 말고 책 표지를 들어 내게 보여준다.

'마니토를 찾아라'

나는 가끔 누군가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대신 읽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늘 자기 전 내 스스로 읽어내는 것 말고 다른 사람이 책을 읽어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엄마한테 읽어줄래?"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별 기대 없이 툭 튀어나온 말이었다.

"진짜 읽어줘? 그래!"

아이는 자신이 읽다만 그다음부터 이야기를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일은 조용히 밀려오는 잠과 아이의 목소리 그리고 들려오는 이야기의 장면 장면을 눈을 감고 그려보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이야기 중간부터 들어누가 주인공인지 알 수도 없고 앞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기에 중간중간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철우가 주인공이야?"

"응. 엄마 그런데 이 애네 아빠가 친구한테 배신을 당해서 집이 어려워졌대!"

대화 부분이 나오면 마치 이야기 속 인물처럼 목소리를 바꾸기도 하고 분위기에 알맞은 표정까지 지어가며 아이는 참 열심히도 읽어주었다.

'내가 아이에게도 책을 읽어주었을 때 아이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렇게 나는 아이보다도 먼저 잠이 들어버렸고 나는 그날 소위 말하는 꿀잠을 잤다.


며칠 뒤, 외출하고 돌아오니 어제 읽어주던 책의 다른 페이지가 펼쳐진 채 뒤집어져 있었다

"책 미리 읽었어? 엄마랑 같이 읽어야지!"

아이에게 무심코 건넨 말에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미리 읽어둬야 내용을 알아서 더 실감 나게 읽어주지"

아이는 자기만의 계획이었다는 듯이 말한다.

"이걸 말할까 말까? 누가 철우의 마니토였나면.."

아이는 웃음을 참으며 나를 슬슬 약 올리려는 태세다.


아이가 가끔 어떻게 하면 엄마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아내는 것만 같다.

나에게 있었을까? 이런 정성과 사랑을 쏟아주는 사람이. 아이 덕분에 나는 오늘 하루도 는 온몸에 힘을 주며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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