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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Jan 10. 2022

[서평]가벼운 책임

삶이 진동하는 책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 우연히 낯익은 이름을 봤다. '김신회'  이 작가를 내가 어떻게 알지? 한참 기억을 더듬다가 알아냈다. '맞다! 나도 에세이스트!'

작년 초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yes24 온라인 서점에서 하는 에세이 공모전에 글을 응모한 적이 있는데 그때 심사위원이었다. 운이 좋게도 두 번이나 입상을 하면서 내 글에 대해 개별로 피드백을 해주셨던 감사한 분이다. 정말 그 이유가 전부였다. 내 글을 읽어 주었던 작가는, 내 글에 따뜻함을 보여주었던 작가는 어떤 사람일지 문득 궁금했다.


작가는 책임감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풋콩'이라는 강아지를 입양하 키우면서 느끼는 책임감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지만 책을 덮으면서  작가는  결국 자신을 더 사랑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말하고 있음을 알았다. 자기 자신의 소중함에 대한 책임감! 누군가를 위한 책임감도 있지만 결국에는 그동안 애써 달려온 작가 자신을 위한 다독임이었던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 일, 자신에 대한 엄격함에 조금은 지친 자신을 위해 더 자신에게 여유를 주기를 선언하는 하나의 다짐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 분 나랑 참 많이도 닮았네' 하는 생각을 했다. 책 구석구석 언급되는 내용을 보니 나랑 나이도 같았고 사람과 일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심지어 라이프스타일도 묘하게 닮아 있었다. 너무 닮아서 일까? '나도 그랬다고', '그래 그렇지?' 혼잣말을 하면서 책 속의 작가와 대화를 하며 읽었다.


책에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의 한 부분이 인용되어 있었다.

"영화에는 여주인공이 있고, 조연이 있어요. 당신은 여주인공이야. 그런데 왜 자신을 조연 취급해요?"

작가는 이 장면 앞에서 늘 가슴이 서늘해진다고 했다. 이 부분을 읽고 일부러 영화를 찾아봤다.

알고 봤는데도 역시나 나의 가슴도 서늘했다.


'나는 조연으로 살고 있었구나.' 내가 중심이 아닌 타인을 중심으로 한, 일을 중심으로 내가 한발 물러나 있는 삶.

그동안 내가 옳다고 애써온 삶에 대한 회의가 일었다. 무작정 열심히, 착하게 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그 삶이 나를 위한 삶이었나?  에 대한 책임감은 어느 정도였을까?

오히려 나를 주인공으로 놓고 생각하기 시작하자 모든 게 더 단순해졌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게으름에 대한 이유 없는 죄책감도, 인간관계에서의 불완전함도 다 그럴 수 있는 가벼운 것들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눈아닌 가슴으로 읽은 책이다. 화려한 말보다 솔직히 자신을 드러내는 작가의 글에서 거부할 수 없는 공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 작가는 좋은 에세이는 솔직한 에세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그의 말처럼 솔직한 에세이로 나에게도 오롯이 나를 주인공으로 한'책임감'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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