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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Jan 03. 2022

진짜 산타가 왔다!

12살 지구인 이야기(38)

12살 내 아이는 산타클로스를 믿는다. 친구들이 그건 부모님이 선물해주는 거라고 산타는 없다고 했다면서 혼자 중얼거린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있는 게 이 세상에 많은데...'


"엄마는 산타 믿어?"

"아니. 선물을 받아봤어야 믿지!"

"진짜? 한 번도 못 받았어?"

"어릴 적 한 두 번 받기는 했는데 삼촌들이 외할아버지가 준거라고 해서 그 뒤로 안 믿었어. 그랬더니 그 뒤로는 선물을 받은 적이 없어. 엄마 진짜 공부만 하고 착했는데."

일부러 아이에게 나는 믿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던 크리스마스이브 밤이었다.


크리스마스날 아침,

눈을 뜨고 일어나서 침대 아래로 발을 내디디니 바닥에 무언가 다. 누군가 만든 손바닥만 한 작은 선물상자이다. 이것은 설마 산타클로스 선물?!

보나마다 이것은 12살 지구인이다.

'귀엽네!' 하며 웃음이 내 얼굴에 활짝 핀다.

이 조그마한 상자 속에 무엇이 있을까?

괜스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열었다. 안에는 메모와 초콜릿, 돈 5000원이 있었다.

아이가 남긴 메모는 무엇일지 궁금했다.

당연히 엄마!로 시작할 줄 알았던 메모는 낯설게 시작되고 있었다.


안녕  **아? 나는 산타클로스라고 한단다. 네가 선물을 못 받아서 나를 못 믿는다고 했지? 그건 네가 공부만 해서 줄 틈이 없었단다. 2022년도 @@이랑 잘 보내렴. Merry Christmas


참 오랜만이었다. 누군가 동화 속 주인공처럼 나의 이름을 써서 메모를 남겨준  말이다.

아이는 산타를 믿지 못하는 내가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아이가 평소 제일 맛있다고 하는 초콜릿과 용돈을 모아 준비했을 돈까지.

마흔 살이 넘은 나를 산타를 기다리던 유년으로 아이는 이렇게 데려다주었다.


아이에게 아침 인사를 나누며 내가 받은 선물을 자랑했다. 아이는 이제는 산타를 믿냐고 묻는다.

내가 그렇다고 주저 없이 말했더니 활짝 웃는다.

그런데 아이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장난기가 일었다.

"그런데 왜 산타할아버지가 5000원 줬을까?"

"그건 커피 사 먹으라고 주신 거야"

"아... 근데 엄마는 어른인데 5000원은 너무 적지 않나? 이왕이면 50000원 정도는 되면 좋겠는데"

"산타할아버지! 내년에는 5만 원 기대할게요

아이의 표정이 퍽이나 난처해 보여 내 웃음이 터진다.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마음은 누군가 나를 늘 지켜봐 주고 일 년에 하루 나를 위해 시간과 마음을 써서 기쁘게 해 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2021년 진짜 산타를 드디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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