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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Jan 13. 2022

만나가는 중

13살 지구인 이야기(3)

아이와 영어 책을 함께 살펴보다가 본문에 flag라는 단어가 나왔다. 덴마크에서는 아이 생일이면 창문에 가다 형식의 깃발을 걸어준다는 내용이다.

함께 나온 그림을 보다가 "어? 이게 flag? 보통은 깃발니까 이런 모양 아닌가?"라고 말하며 책 한편에 흔한 깃발 모양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아이가 가만히 내 그림을 내려다보다가 말했다.

"엄마! 깃발이라고 다 그런 모양은 아니야. 왜 이런 모양도 있잖아."

아이는 말을 하며 한편에 독특한 모양을 그리며 말했다.

"그런 모양 깃발도 있어?"

"응! 분명 있어! 나 전에 어느 나라 국기라고 어디선가 봤어." 아이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엄마가 잘못 생각해왔던 거네."

정말 찾아보니 아이 말이 맞았다. 네팔의 국기가 아이가 그린 모양이었다.

'깃발이라고 모두 네모난 것은 아니구나.'

학창 시절 영단어 집에서 flag=깃발, 국기로만 외웠던 이 단순한 기억모름지기 깃발은 네모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 것이다.


나는 내가 어른이라고 그래도 너보다 많이 경험했다고 섣불리 아이에게 말하지 않기로 했다.

가끔 아이는 나에게 이런 존재가 된다. 고지식한 교사를 한 번쯤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게 해 주고 선입견 덩어리가 될 때 다른 가능성을 열어준다.

나는 나의 레이더를 더 높게 세우기로 했다. 아이가 언제 또 나를 돌아보게 해주는 말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사계절, 2018)에서 부모자녀와의 관계 속에서 변화하며 성숙일 수도 퇴보일 수도 있지만, 부모 역시 서서히 자녀와 '만나가는' 것임은 틀림없다고 했다.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소박한 경험들을 선물받으며  매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며 이를 만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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