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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Jan 15. 2022

엄마 어디 있어?

13살 지구인 이야기(4)

새벽부터 출장이 있는 날이었다. 휴대폰을 제출하고 오후까지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는 출장이라  아이가 내심 걱정이 되었다. 언제든 연락이 닿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지라 혹시나 내가 없을 때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지 마음이 쓰인다.


"엄마가 내일 새벽에 나가는 출장이 있는데 휴대폰을 내고 일을 해야 돼서 연락이 안 될 거야.  괜찮겠니?"

"당연하지." 아이는 무슨 걱정을 하느냐는 눈치다.

"다 컸네! 무슨 일이 있으면 이모한테 연락해 이모가 도와주기로 했어."

아이가 제일 따르는  마음 가까운 후배에게 미리 부탁을 해두었고, 아이가 이제 6학년이니 큰 걱정은 안 했다.


"엄마 어디 있어?"

새벽에 잠을 자는데 아이 목소리가 들려 눈을 떴다. 꿈인가 하는 데 다시 한번 엄마 어디 있냐는 아이 목소리가 아이 방에서 들린다.

"엄마 방에 있어"

"아직 출장 안 갔구나."

잠결이라 그렇게 얼굴도 안 본채 나도 아이도 비몽사몽 대화하다가 시 까무룩 잠들었다.


하루를 마치고 아이에게 새벽에 왜 갑자기 물어봤느냐고 물으니 자기는 그런 기억이 없단다.

아마도 아이는 새벽부터 혼자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걱정이 되었나 보다.

우연히 깬 새벽, 새벽에 출장 간다는 엄마가 낯설어 아이도 잠을 설쳤던 것이다.

아이와 둘만 지내기 시작하면서 이런 아이의 마음이 느껴질 때가 가장 마음이 아린다.


"엄마 그런데 무슨 출장이었어?"

"심사하러 갔다 왔어. 심사는 공정해야 되니까 휴대폰은 들고 들어갈 수 없어."

"오! 엄마가 잘하니까 심사자야? 엄마 멋지다!"

아무렇지 않았다는 듯 내 하루를 응원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는 내게 늘 이런 아들이었다. 내가 걱정할까 봐 자신의 슬픔이나 외로움은 적게 드러내고 조용히 엄마의 삶을 늘 응원해주는 아이

늘 그게 고마웠는데 오늘은 왠지 엄마 새벽에 가는 출장은 괜히 무서우니 가지 말라고, 연락이 안 닿는 것은 싫더라고 해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무슨 말이든 괜찮아. 엄마한테는 네 마음이 제일 소중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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