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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Nov 23. 2021

맛있는 카톡

12살 지구인 이야기(31)

하교 후 집으로 돌아온 아이 표정이 이상하리 만큼 기분이 좋아 보인다.

이유를 물어보려던 마침 그때

아이가 소파에 앉더니 연신 함박웃음이다

"왜 그웃어? 재미있는 일 있니?"

"응. 지금 내가 호감 가는 아이랑 톡 하고 있어!"

"진짜? 뭐래?"

"비밀이지!"

비밀이라고 아이가 말하면 비밀로 남도록 지켜줘야 한다.  하지만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아이의 눈웃음 터지는 표정을 보고 있자니 엄마인 나의 신경세포 레이더는 바쁘다.

궁금해도 관심 없는 척 저녁을 하고 돌아섰더니 조용히 카톡만 하던  아이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내가 질문을 하나 하면 답이 와르르 와"

"톡을 몇 개나 했는지 세어보니 58개나 했어!"

"오! 그럼 좋아한다고 했어?"

"아니! 그걸 왜 말해?"

"엄마 근데 이게 카톡 하는 맛인가 봐"

"엄마도 그 맛 좀 알고 싶다. 엄마가 아까 보낸 톡도 좀 봐주면 안 되니?" 진심 반 농담 반을 담아서 뾰로통한 표정을 넣어 말해보았지만 아이의 온 신경은 스마트폰 카톡 화면에 쏠려 대답이 시큰둥하다.

"그래, 알았어."


카톡 하는 맛이라니! 12살 아이의 마음에 이렇게 귀여운 사랑이 시작되나 보다.

아이에게 맛있어진 카톡 내가 보낸 카톡은 보내도 읽지 않는 카톡으로, 요즘 아이들이 하는 말로 읽고 씹히는 카톡이 되어 버렸지만 아이에게 카톡이 맛있어다니 참 재밌다.


'근데 그거 아니?'

'나에게도 너를 보는 맛이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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