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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Nov 21. 2021

부분 월식

12살 지구인 이야기(30)

11월 19일은 부분월식이 있는 날이라고 한다. 12살 아이에게는 이런 체험도 꼭 의사를 물어보고 결정해야 한다.

'엄마 마음대로'는 12살 아이에게는 실례가 된다.

"월식이 있다고 하는데 학교 끝나고 보러 갈래?"

"응! 그런 건 봐야지!"

아이의 '그런 건'의 기준이 뭐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올해 가장 흔쾌히 나의 제안을 받아주었다.

어디서 월식을 제일 잘 볼 수 있나 검색을 하다 가까운 곳에서 월식 체험 행사가 있었다.

선착순 12 가족!

운이 좋게 선정이 되어 천체망원경으로 월식을 관찰할 기회를 얻었다


5시부터 시작된다는 월식은 내가 있는 지역에서는 조금 늦게 떠서 15분 뒤에나 볼 수 있고 했다. 유튜브 실시간이나 1층 로비에서 영상으로 보는 월식을 보고 그냥 갈까 하는 게으름이 순간 일었지만 달이 떴다는 소리에 40대 아줌마는 누구보다 빨리 망원경 앞에 줄을 섰다.


큰 기대 없이 건물 옥상에 올라가 동쪽 하늘을 바라

보는데 맨눈으로도 붉은 달이 보였다. 누가 봐도 한눈에 월식임을 알 수 있는 그런 달이였다.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부분이 많은 최대식분 때라서 붉은 달이라고 했다.


망원경 눈을 대고 렌즈로 달을 본 순간 심장이 멈췄다. 아이의 입에서도 '이야!'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감사하게도 진행하시는 분이 핸드폰을 달라며 망원경에 카메라를 대고 달을 찍어주셨다.

자연이 주는 선물은 그저 때에 맞춰 기다리는 게 전부였다. 너무 늦어서도 너무 일러서도 안 되는 딱 적기에 그 자리에 머문 사람만이 볼 수 있는 것이다.

앞만 보던 고개를 뒤로 젖히는 수고 정도는 하고 더 잘 보기 위해 시간을 내고 자신의 예상보다 늦던 빠르던 조금은 기다릴 수 있는 사람에게 신이 주는 선물인 것이다.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오늘 우리가 눈에 담았던 풍경은 언제든 다시 떠올라 이 시기 우리를 데려다줄 것이다. 12살 사춘기 아이사춘기를 시작한 아이를 보며 고군분투하는 엄마 한 마음이 되어 감탄하던 이 시기로 말이다.


가끔 아이가 힘들고 숨고 싶을 때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덮어주어 이런 예쁜 색도 만들어주고 꼭 숨겨주는 것처럼 나도 달 같이 차가워진 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덮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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