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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Jan 17. 2022

수수께끼

한 달에 한두 번 만나 '아무 말 대잔치'를 하는 마음 가까운 친구가 있다. 오늘은 그 친구와 만나는 날이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언젠가 대화 중 친구가 막창을 좋아한다는 말을 한 것이 번뜩 기억이 났다. 친구가 좋아할 만한 식당을 찾아보고 데리고 갔다.

"그런데 너 막창 먹어?" 의외의 장소에 친구가 물었다.

"사실 나는 막창 처음 먹어봐!"

"진짜? 나이가 몇인데..."

"그러게. 이 나이까지 아무도 먹어보라고 안 하더라."

사실 막창이 뭔지도 몰랐고 아무도 나에게 막창 먹으러 가자 내지는 막창이 맛있다고 말해준 사람이 없었던 게 굳이 이유라면 이유다.

어떤 맛일궁금했다. 처음에는 독특한 향이 났지만 숯불 위에서 익어가면서 점점 고소한 향이 올라온다.

노릇해진 고기를 한 입 깨물었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기에 내 머릿속에는 데이터가 없다.

"괜찮아?"

"음.. 이거 꼬들꼬들하니 맛있는데?" 여러 개를 집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잘 먹네! 진작에 먹자고 할걸. 네가 안 좋아할 것 같았어."

"그러게 나도 이 맛을 알았으면 더 같이 다녀줬을 걸 그랬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인생에는 어느 정도 터무니없는 수수께끼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오늘 터무니 '막창의 맛은 무엇일까?' 수수께끼를 풀었다.

이런 터무니없지만 인생을 더 재밌게 해주는 수수께끼가 조금씩 더 내게 왔으면 좋겠다. 도토리를 모으는 다람쥐처럼 부지런히 수수께끼를 풀어나는 일 그게 내 삶을 소소히 즐기는 방법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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