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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Feb 11. 2022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학교에서의 2월은 분주함, 설렘, 서운함, 걱정이 공존하는 시기이다. 근무 연한이 다 되어 다른 학교로 이동하시는 선생님과 새로 전입하시는 선생님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책의 다른 챕터가 펼쳐지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정규 교원 선생님과 다르게 비정규직 선생님들 중에는 다시 신규 공개 채용으로 선발 과정에 지원하여 결과를 기다려야만 하는 분들도 계시다. 마침 내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와 관련해서도 신규 공개 채용으로 강사를 선발하게 되었다. 지난 4년 동안 헌신적으로 아이들 교육에 애써주신 분이라 학교에서 요청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계속해서 우리 학교에서 지도해주셨으면 하는 훌륭하신 분이다. 그렇지만 교육청 지침대로 어쩔 수 없이 계약 만료로 인한 신규 채용 선발을 거쳐야만 우리 학교에서 계속 근무하실 수 있는 상황이다.


공고가 다른 학교들보다 늦게 나면서 걱정이 되셨는지 조심스럽게 일정에 변함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문자가 오셨다. 문의하신 내용을 간단히 말씀드리고 예정대로 진행됨을 알려드렸다.

문자를 보내고 얼마나 걱정되셨으면 연락이 오셨을까 하는 마음 더하기 혹시 다른 문의 사항이 있으실지도 몰라 전화를 드렸다.


안부를 묻고 시험 추진 일정을 안내드리는 과정에서도 선생님의 걱정과 불안이 전화기 너머로 느껴졌다.

"선생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모두가 선생님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저... 선생님한테 정말 고마웠어요."

"예? 저요?"

"네. 제가 뭘 물어보든 정말 진심으로 답해주셨어요."

지난 일 년 간 있었던 이야기들을 하시며 거듭 감사를 표현하셨다. 정작 감사를 표현할 것은 우리 학교에 다시 지원해주신다는 그 마음이기에 나 역시 감사하다고 전했다.


전화를 끊고 사실 처음으로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계시는 비정규직 선생님들의 마음이 느껴져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떤 시험이든  시험은 두렵다. 그 시험 결과로 내가 넘기고 싶지 않은 인생의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은 피하고 싶다. 더욱이 그 시험이 오랜 시간 나를 살게 하여 지탱해온 일이라면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심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업무처리만 하기 때문에 이 선생님에게 어떤 결과가 올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나는 감히 선생님을 응원한다.


'선생님이 걸어오신 길을 존중하고 믿으세요. 좋은 결과 있으시기를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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