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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Feb 12. 2022

아침, 엄마의 시간

지난밤 뒤척임으로 몸도 마음도 찌뿌둥한 날이면 나는 예민해서인지 일찍 일어나게 된다. 아침은 그날의 기분을 결정하기에 그렇게 찌뿌둥한 상태를 그대로 두기가 싫어진다. 그래서 그럴 때마다 차나 커피를 내리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은연중에 알게 된 것들이 몇 가지 있다.


하나, 저녁노을 못지않게 아침노을이 만들어 내는 풍경이 멋지다.

'노을'하면 저녁 무렵 해넘이 때 보이는 붉은 노을 만을 떠올렸었다. 하지만 아침에 해돋이 때 비쳐 드는 햇볕은 저녁노을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저녁노을이 어둡고 화려하다면 아침노을은 밝고 아침을 여는 소박함이 있다.


둘, 새들은 해가 밝기 전 해의 등장을 알리듯이 지저귀기 시작하다가 해가 온전히 그 모습을 드러내면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인공적인 소리에 지저귐을 서서히 멈춘다. 마치 아침은 우리만의 시간이라는 듯 열심히 지저귀다가 사람들의 말소리, 도로의 차 소리에 양보하고 조용히 사라지는 듯하다.


셋, 비 온 날 뒤 아침이면 잊고 있던 공기 중 흙냄새를 다시금 느낄 수 있다.

아침 공기는 저녁 공기와는 다른 냄새들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비 온 날 새벽이면 아스팔트를 적신 냄새, 흙냄새, 풀냄새를 숨을 깊이 들이쉬면 금세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까맣고 비로 차가워진 흙냄새는 가끔 내 오감을 깨운다. 그 흙냄새에 이른 새벽 멍한 나의 뇌가 일어난다.


넷, 아침은 엄마의 시간이다.

흔히 아이를 키우면서 우스갯소리로 언제 아이가 제일 예쁘냐는 말을 한다. 그러면 다들 잘 때가 가장 예쁘단다. 육아의 고난함이 묻어나는 안쓰러운 말이지만 그만큼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 하지만 온 가족이 자는 아침이면 뭐든 할 수 있다. 자기만을 위한 취미를 할 수도, 건강을 챙길 수도 있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아침은 부모들에게는 매일이 작은 선물이다.


다섯, 그날의 날씨는 새벽의 날씨를 봐서는 알 수 없다.

희미하게 날이 밝을 무렵에는 날씨를 정확히 가늠할 수 없다. 날이 오롯이 밝았을 때야 그날 날씨가 흐릴지 맑을지 분명 해지는 경우가 많다. 흐렸다가도 금세 화창한 하늘이 펼쳐지는 것을 보며 끝까지 기다린다는 것에 대해서 가끔 생각하게 된다.  


여섯,  무엇보다 다 큰 아이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어 주다 보면 아이의 자람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나는 사춘기가 되어 다 커버린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어젯밤 다툰 일을 마음속으로 사과하기도 하고, 잘 자라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 이유 없는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엄마인 내가 가장 엄마다워지는 시간이다.


마쓰이에 마사시는 그의 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에서 '일출은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아침은 싱겁게 밝아온다.'라고 했다.


내 뜻과는 상관없이 시작되는 아침은 그의 말처럼 겁게 시작되지만 우리에게 아침노을로 힘찬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고 이 세상 조금 더 찬탄하며 부지런히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소중한 시간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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